설악산 암벽 하산 40대 추락사
매년 가을이면 등반사고 반복
"체력 떨어진 하산 시 가장 위험
자신 능력 정확히 알고 나서야”
지난 17일 오후 7시 42분쯤 강원소방본부와 설악산 국립공원사무소에 다급한 구조 전화가 걸려왔다. 설악산 장군봉에서 암벽등반에 나선 A(42)씨가 30m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는 신고였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5시간 만에 암벽을 올라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안타깝게도 심정지 상태의 A씨를 발견했다.
설악산에서는 지난 3일 오전에도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울산바위 문리대길에서 암벽 등반을 하던 50대가 1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문리대길은 바위 사이의 틈인 '크랙'이 곳곳에 있고, 고정 안전확보물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소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설악산에서 3명 사망
등산객이 급증하는 가을에 접어들면서 산악 사고가 늘고 있다. 21일 소방당국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설악산 암벽에서만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전국 국립공원에선 지난해 12건을 비롯해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24건과 21건의 암벽 추락사고가 발생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국에서 가장 산이 많은 강원지역에선 이달에만 186건의 실족 및 추락 등 산악사고가 발생했다. 안전 장비 없이 산을 오르거나, 탐방이 금지된 곳에 들어가는 등 안전불감증 때문에 생기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3일 설악산 국립공원 출입금지구역(비법정탐방로)인 용아장성에서 2명이 추락해 숨졌다. 비법정탐방로는 사고방지와 자연보호 필요성 때문에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일명 도깨비바위라 불리는 잦은바위골에서도 지난해 10월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최근 3년간 산악사고 9~10월 집중
전문가들은 암벽을 비롯한 산악등반은 날씨와 지형 상태에 따라 변수가 많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인 북한산과 관악산, 도봉산 등 3곳에서도 최근 3년간 1,192건의 산악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중 291건(24.4%)이 9, 10월에 발생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산행객이 늘어나고, 날씨변화가 큰 가을철에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무리하게 등반을 시도하다 실족, 추락하는 사고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체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난도가 높지 않은 코스부터 선택하는 게 사고를 줄이는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산악회 등에선 일반인이 등반할 수 있는 암벽 코스를 1~5단계로 구분한다. 손과 발을 이용해 오를 수 있는 정도가 1~4단계이고, 5단계부터는 장비가 필요하다. 또 5단계부터는 암벽등반 기술을 완전하게 익혀야 하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반드시 2명 이상 짝을 이뤄 움직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윤상기 강원소방본부장은 "암벽등반의 경우 순간의 방심이 바로 큰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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