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민주당 서울시의원 '신당역 살인사건'에 대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인 대응한 男 직원"
고민정 "내가 살려면 죽을 만큼 싫어도 받아주라고?"
박지현 "여성혐오 발언...李, 사퇴 안 하면 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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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실언 논란을 일으킨 이상훈 자당 서울시의원의 강력한 징계를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앞서 이 의원은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여러 가지 폭력적인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 의원의 발언을 지적하며 "내가 살려면 죽을 만큼 싫어도 받아줘야 되는냐"고 이 의원을 비판했다.
그는 "젠더 이슈를 넘어서서 살인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어떤지를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강력한 징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남녀를 갈라서는 안 될 것"이라며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봐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동시에 스토킹에 의한 대다수의 피해자가 여성임은 인정하고 직시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스토킹 범죄에 대한 대응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 최고위원은 "현재 민주당에선 젠더폭력 신고센터가 있지만 이것이 민주당만의 일인가 싶다. 또 여성들만의 일인가 싶다"며 "여야 남녀를 아울러서 함께 대처할 수 있을 만한 대응 기구가 국회 안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역무원 스토킹 피살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의원의 발언이 "여성혐오 발언이 명확하다"면서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당에서 재빠르게 제명처리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이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발끈했다. 그는 "진짜 부끄러워해야 한다.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시민 얼굴에 왜 먹칠을 하고 있느냐"며 "민주당이 여성혐오라는 그런 사회적 재난에 맞서는 정당이 맞다면 하루라도 빨리 제명처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여성의 억울한 죽음 앞에 가해자를 걱정하고 두둔하는 발언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 같은 당에 있다는 게 치욕"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살인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위원장은 "가해자의 그릇된 인식이 아예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인데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부속물이라는 생각이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저지른 범죄가 여성혐오 범죄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야말로 특정 성별,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고 여성혐오 살인사건"이라고도 했다.

이상훈 민주당 서울시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벌어진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여러 가지 폭력적인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 같다"며 "(가해자가) 31살 청년이다. 서울 시민이고 서울교통공사에 들어가려면 나름대로 열심히 사회생활과 취업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말해 실언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은 이어 "가해자든 피해자든 부모 심정이 어떻겠나. 다음 주 아들이 군대에 입대하는데 아버지의 마음으로 미뤄봤을 때 헤어릴 수 없을 정도로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고 남자인 가해자 입장을 대변한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의 발언에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이 의원은 "신당역 사건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사건이었다"며 "경솔한 발언으로 피해자와 유가족께 깊은 상처를 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민주당 서울시당 역시 공지문을 통해 "이 의원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면서 "피해자와 유가족,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전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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