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국내 307개 제조사 대상 조사
대구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를 하는 A사는 올해 기준금리가 1.25%에서 2.50%로 급상승하자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부품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에 들어갔는데, 예상치 못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높아져서다. A사 측은 "금리가 3% 이하가 돼야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데, 현재 6% 수준이어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장 회사가 버티려면 신규 투자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금리가 뛰어오르자 국내 기업 5곳 중 3곳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7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최근 금리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2.2%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①이자부담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67.6%) ②설비투자 지연 및 축소(29.3%) ③소비위축에 따른 영업실적 부진(20.7%) 등을 금리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지목했다.
기업들의 절반 이상(57.6%)은 지난 1년 동안 2.0%포인트나 오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빠르다"고 판단했다.
기업 80% "고금리에 대한 특별한 대책 없다"
또 금리인상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고 본 기업이 38.8%로 가장 많았고, "내년 연말"(17.6%)과 "2024년까지"(8.5%) 이어진다고 예상한 기업도 있었다.
실제 현재 2.5%인 기준금리는 미국이 조만간 단행할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 여파로 3%를 넘어선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들의 현재 영업이익과 지출하는 생산·운영비 등을 고려했을 때 감내할 수 있는 평균 기준금리 수준은 '2.91%'였다.
대한상의 측은 "현 기준금리 수준에서도 시중 대출금리가 연 5~6%를 넘어서고 있어 기준금리가 연 3.0%를 넘어서면 시중 금리는 연 7~8% 이상이 될 것"이라며 "급등한 원자재 가격, 환율 등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 속에서 이자 부담까지 커진 기업들의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금리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기업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자 가운데 현재 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기업은 20.2%에 불과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10곳 중 1곳(10.3%)만이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기업들은 금융 당국에 '고정금리 전환 지원'(34.9%), '상환유예 연장'(23.5%), '금리 속도조절'(22.1%) 등의 지원책을 요구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신규사업 투자에 적극 나선 기업이나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채무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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