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음악으로 돌아온 백건우 "여태 음악과 싸우다 이제야 후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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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음악으로 돌아온 백건우 "여태 음악과 싸우다 이제야 후해진 느낌"

입력
2022.09.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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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19일 발매
내달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 6개 도시서 연주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9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열린 새 앨범과 공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4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뉴욕에 머물던 젊은 시절에 카네기홀에서 스페인 피아니스트 알리시아 데 라로차(1923~2009)가 연주하는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를 듣고 음악을 통해 다른 세계에 다녀올 수 있음을 피부로 느꼈어요. 추운 날이었는데 카네기홀에 햇볕이 든 듯 어찌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 언젠가는 이 곡을 꼭 연주하고 싶다고 숙제로 품고 있었죠."

10세 때 데뷔해 피아니스트로서 행보를 시작한 지 올해로 66년. '건반 위 구도자'는 이제서야 어느 정도 마음의 자유를 찾았다고 했다. 음악가로서의 경력을 위한 공연이 아닌 원하는 레퍼토리를 편한 일정에 연주할 수 있는 지금이기에 이 작곡가를 택했다는 이야기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6)가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대표적 피아노 작품 '고예스카스'의 음반과 공연으로 고국 관객과 만난다. 19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백건우는 "여태 음악과 싸우기 벅찼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제 음악과 서로 좀 더 후해지고 음악이 나를 받아주는 느낌"이라며 "자유롭게 해석하고 연주한 이번 앨범과 공연은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한국 음악팬에게는 다소 생소한 '고예스카스'는 그라나도스가 고야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7곡으로 구성된 피아노 모음곡이다. 그는 이날 발매된 음반과 다음 달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비롯한 전국 6개 도시 리사이틀을 통해 그의 오랜 꿈이자 스페인의 정경이 담긴 이 곡을 선보인다. 백건우는 "그라나도스의 음악은 화려하고 세련된 곡인 동시에 나에게는 자유를 상징하는 곡"이라며 "우리와는 거리가 있는 스페인 문화를 갑자기 그대로 소화하려들기보다 내가 이 곡에서 느끼는 바를 그대로 표현하는 게 옳은 해석이라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백건우의 스페인 사랑은 각별하다. "웬만한 곳은 다 가 봤다"고 할 정도로 스페인 여행을 즐겨 왔고, 부인인 배우 윤정희가 건강이 악화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연주 여행을 떠난 곳도 스페인 말라가였다.

하지만 정작 국내 무대에서 스페인곡을 연주한 일은 2016년 7월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정원의 밤'을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ONE)와 협연한 게 유일하다. 구도자가 성지를 순례하듯 특정 작곡가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온 그와 어울리지 않는 소품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 시작하면 30분 이상 그 음악에 빠지는 것을 좋아한다"며 "'고예스카스'는 피아노로 하는 오페라 같은 곡이어서 인터미션 없이 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시각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음악의 구성과 회화의 구성이 가깝게 느껴지고 음악·미술뿐 아니라 문학이나 드라마 등 모든 예술이 개인의 사정과 세상의 움직임, 마음을 보여주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백건우는 그래서 15세부터 시작한 뉴욕 유학 시절부터 사진 취미를 갖고 있다. 이번 앨범 커버와 프로그램북에 담긴 사진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백건우는 “한때 사진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올해 여러 군데서 사진전을 하자는 제안이 왔는데 11월 대만 연주회 때 전시회도 같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9일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한 새 앨범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커버. 백건우가 직접 찍은 사진과 그의 손글씨로 꾸몄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그는 반세기가 넘게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로 타고난 음악성과 노력을 꼽았다. "음악은 공부한다고 되는 건 아니죠. 타고난 음악성이 얼마나 진지하고 깊이가 있느냐에 따라 음악가의 생명이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좋은 음악성도 그것을 자기 자신이 스스로 키울 줄 모르면 발전할 수 없죠. 둘이 잘 조화를 이뤄야겠죠."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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