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당시 계엄 포고는 애초 위헌·위법"
"불법 구금 피고인이 도주한 것도 무죄"
1980년 신군부가 만들었던 삼청교육대에서 탈출한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60대가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이지수 판사는 19일 사회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을 선고 받았던 A(69)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형이 확정된 지 40년 5개월 만에 전과자 멍에를 벗었다.
1980년 8월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A씨는 사회보호위원회로부터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보호감호 처분(5년)을 받았다. 경기 고양군 송포면 대화리 군부대에 수용된 A씨는 1981년 8월 17일 오후 8시 35분쯤 동료와 함께 감호시설을 탈출했다가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고, 그해 12월 1심에서 징역 4개월이 선고됐다. 이듬해인 1982년 4월엔 판결이 확정돼 전과자 낙인이 찍혔다.
A씨를 군사시설에 가두고 보호감호 처분한 근거는 계엄 포고 제13호(불량배 일제 검거)와 옛 사회보호법이다.
신군부는 당시 폭력사범과 공갈 및 사기사범, 사회풍토 문란사범을 검거한 후 순화를 명분으로 일정 기준에 따라 분류해 수용했다. 수용시설을 무단이탈하거나 난동·소요 등의 행동을 금지했고,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와 구금했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 삼청교육의 법적 근거였던 계엄 포고 제13호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전부터 위헌·무효라고 판단했다. 삼청교육대가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 사건이란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지난 4월 20일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은 계엄 포고에 따라 구금됐고, 보호감호 결정으로 감호시설에서 수용 생활 중 도주한 일로 사회보호법 위반죄로 처벌 받았다"며 "계엄 포고는 애초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옛 사회보호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나 법원의 위헌성 판단이 없지만, 계엄 포고가 위헌·위법한 이상 이를 통해 불법 구금된 피고인이 감호시설에서 도주한 것은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0년에는 삼청교육대 교육을 거부한 혐의로 계엄 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받았던 60대가 40년 만에 무죄를 받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