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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경찰, 납치 일삼는 '차이나 갱' 소탕 위해 힘 합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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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경찰, 납치 일삼는 '차이나 갱' 소탕 위해 힘 합친다

입력
2022.09.18 16: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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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월급- 가짜 연애' 미끼에 속은 동남아인
캄보디아 카지노로 납치, 콜센터서 감금 생활
인니·태국 등 피해국, 캄보디아와 수사 공조

중국의 폭력조직에 납치된 뒤 태국 국경지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말레이시아 청년 A씨의 시신을 그의 부모가 화장하고 있다. SCMP 캡처

중국의 폭력조직에 납치된 뒤 태국 국경지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말레이시아 청년 A씨의 시신을 그의 부모가 화장하고 있다. SCMP 캡처


"방콕에 가서 여자친구 얼굴 보고 2주 뒤 돌아올게."

말레이시아 청년 A(23)씨의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A씨 부모 역시 아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월 태국으로 출국한 A씨는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2주가 아닌, 4달이 흐른 지난 5월. A씨는 태국의 한 국경지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거짓 연애에 속은 A씨는 태국 도착 후 중국 폭력조직에 납치됐다. 이후 그는 캄보디아의 시아누크빌주(州)의 한 콜센터로 끌려가 하루 15시간 이상 노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시신에는 구타와 학대의 흔적 또한 뚜렷이 남아 있었다.


'차이나 갱'에 납치된 동남아인, 최소 1만여 명 달해

1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카지노에 감금됐다 구출된 한 베트남인이 국경지대를 통해 베트남 영토로 입국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1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카지노에 감금됐다 구출된 한 베트남인이 국경지대를 통해 베트남 영토로 입국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18일 크메르타임스와 CNA 등 동남아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동남아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SNS 취업 사기 및 납치 사건의 주범은 '차이나 갱'으로 불리는 중국의 폭력조직이다. 과거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주(州) 등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며 돈을 벌던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입이 급감하자 "고액 수익을 보장한다"는 채용광고를 SNS에 대대적으로 올렸다. 동시에 고용한 여성 조직원을 통해 가짜 연애를 하게끔 하고, 일부 브로커들은 경찰 행세까지 하며 수많은 동남아인을 유인했다.

허황된 돈과 사랑에 속아 납치된 동남아인들은 폐쇄된 건물 안에서 콜센터 업무를 담당했다. 차이나 갱은 당초 약속한 월급 2,000달러의 4분의 1도 안 되는 박봉을 지급했다. 그나마도 숙박비와 식비를 제외하면 매달 200달러도 받기 힘들었다. 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잠을 재우지 않았으며, 구타도 일상적으로 반복됐다. 지옥을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합의금 2만 달러를 내는 것뿐이었다.

차이나 갱의 납치 및 취업 사기 행각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는 접경국 베트남이다. 베트남 당국은 현재 수천 명의 자국민이 캄보디아에 감금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 각국 주캄보디아 대사관에 접수된 납치 신고는 태국이 800여 명, 인도네시아 446명, 말레이시아 148명, 홍콩 41명에 달한다. 태국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건의 5배 이상인, 최소 1만여 명의 동남아인이 시아누크빌의 카지노 시설에 납치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눈치 보던 캄보디아, 뒤늦게 국제수사 공조 진행

9일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왼쪽 네 번째)이 캄보디아에 납치된 자국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NA 캡처

9일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왼쪽 네 번째)이 캄보디아에 납치된 자국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NA 캡처

연이은 납치 사건에도 '중국의 최우방' 캄보디아는 소극적인 단속에 머물렀다. 자국의 모든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인 중국의 신경을 긁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동남아 국가들은 캄보디아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계속 사태를 방관할 경우 대규모 수사 인력을 현지에 급파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결국 캄보디아 경찰은 지난 10일 인도네시아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경찰과 수사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시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경찰청과 인터폴에도 공조를 요청했다. 이어 시아누크빌의 모든 건물주에게 "오는 24일까지 거주 외국인 인원을 모두 신고하라"고도 공표했다.

유엔 캄보디아 인권특별보고센터 관계자는 "콜센터로 바뀐 시아누크빌 카지노 진입로에는 겹겹이 쳐진 철조망과 무장병력이 배치돼 있다"며 "캄보디아 경찰이 국제사회와 더 적극적으로 공조 작전을 펼쳐야만 현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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