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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여 경주시민 너도나도 한마음 '천원의 기적' 감동 드라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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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여 경주시민 너도나도 한마음 '천원의 기적' 감동 드라마 썼다

입력
2022.09.18 18:20
수정
2022.09.20 11:36
0 0

K-트로트 페스티벌 경주 2022
공연 중에 한 사람이 1,000원씩
태풍 수재의연금 2,673만 6,530원…
5만 원권·문화상품권 넣는 관객도
자원봉사자, 모금함 들고 평균 2만보


'K-트로트 페스티벌 경주 2022' 행사장에서 수재의연금 모금 봉사활동을 한 김기춘(왼쪽 11번째)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 총동창회 회장과 시민기자 봉사자들이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재의연금은 전액 태풍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김민규 기자.

'K-트로트 페스티벌 경주 2022' 행사장에서 수재의연금 모금 봉사활동을 한 김기춘(왼쪽 11번째)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 총동창회 회장과 시민기자 봉사자들이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재의연금은 전액 태풍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김민규 기자.


김기춘(왼쪽부터)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총동창회장과 주낙영 경주시장,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가 태풍 피해를 입은 경주시민을 위해 모은 성금함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민규 기자.

김기춘(왼쪽부터)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총동창회장과 주낙영 경주시장,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가 태풍 피해를 입은 경주시민을 위해 모은 성금함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민규 기자.

"계좌이체는 안 되예?"

17일 오후 7시 경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트로트페스티벌 경주2022'에서는 톱스타들의 공연장에서는 보기 드문 진풍경이 펼쳐졌다. 여느 때 같았으면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을 관객들이 누구할 것 없이 주황색 봉투에 1,000원짜리 지폐를 집어넣고 있었다. 몇몇 관객들은 현금이 없어 문화상품권을 봉투에 넣기도 했다. 그렇게 십시일반 모인 돈봉투는 '수재의연금 모금함'이라고 적힌 노란 박스로 향했다.

이날 20여 명의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 봉사자들이 '수재의연금 모금'이라는 글씨가 적힌 어깨띠를 메고 모금함을 들고 다니며 2만여 관객들에게서 수재의연금이 든 봉투를 거두었다. 김기춘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 총동창회 회장은 "태풍 '힌남노'로 경주 감포읍 등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주최 측과 함께 자발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은 이날 3시간 동안 평균 2만보 이상을 걸었다.


공연이 한참 흥에 오르자 대구한국일보 시민기자대학 봉사자들이 성금함을 들고 다니며 관객들에게 수재의연금을 걷고 있다. 이날 봉사자들은 평균 2만보 이상을 걸었다. 김민규 기자.

공연이 한참 흥에 오르자 대구한국일보 시민기자대학 봉사자들이 성금함을 들고 다니며 관객들에게 수재의연금을 걷고 있다. 이날 봉사자들은 평균 2만보 이상을 걸었다. 김민규 기자.


무대가 끝난 후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 봉사자들과 주최 측 관계자 등 30여 명이 무대 올라 박스에 담긴 봉투를 바닥에 쏟아부은 후 지폐와 동전을 분리했다. 이어 접힌 돈을 펴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쌓인 돈뭉치들은 곧장 지폐계수기로 향했다. 오후 10시30분에 시작된 작업은 자정을 넘어서까지 진행됐다. 봉사자들은 "이 돈 몰래 빼돌릴 생각마라 큰 벌 받는다" "돈 세다 잠들겠다"는 등의 너스레를 떨면서 피로와 졸음을 쫓았다.

'천원의 기적'을 표방했으나 5만원권과 5천원권도 심심찮게 나왔다. 온누리상품권을 넣은 이들도 있었다. 온누리상품권은 1만원 권 6장이었다. 봉사자들은 "요즘은 다들 카드를 들고 다니니까 현금이 없는 분들이 많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서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십원짜리도 넣고 문화상품권도 넣었을 것"이라면서 "그 마음이 소중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춘 회장은 "공연 내내 모금함 들고 걸은 데다 늦은 시간까지 종이 박스 깔고 앉아서 정산작업을 했는데도 미력이나마 피해를 입은 이웃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누구 하나 피고하거나 힘든 기색이 없었다"면서 "오늘 모금 타이틀이 '천원의 기적'인데 기적이 봉사자들의 몸과 마음에 제일 먼저 찾아온 것 같다. 이 꽃 같은 마음들이 피해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집계 현장에서는 돈을 묶을 끈이 없어 사용한 봉투를 일일이 찢어 끈을 만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경주시민 박원무(51)씨는 "공연으로 힐링을, 기부활동으로 깊은 위안을 받는다"면서 "전국에서 모인 관객들의 바람대로 하루 빨리 경주가 수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금된 수재의연금은 2,673만 6,530원은 경주시에 전달돼 수해 복구와 수해민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수재의연금 봉투가 든 성금함을 바닥에 붓고 있다. 김민규 기자.

주낙영 경주시장이 수재의연금 봉투가 든 성금함을 바닥에 붓고 있다. 김민규 기자.


대구한국일보 시민기자대학 봉사자들이 수재의연금을 정산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대구한국일보 시민기자대학 봉사자들이 수재의연금을 정산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박성현 기자 star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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