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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비만 급증…패스트푸드 등 고지방ㆍ고칼로리 음식이 주범?

입력
2022.09.19 19: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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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둘레가 또래 어린이보다 많이 나가는 복부 비만인 어린이는 어른이 됐을 때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최대 30배까지 증가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허리둘레가 또래 어린이보다 많이 나가는 복부 비만인 어린이는 어른이 됐을 때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최대 30배까지 증가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린이 비만 환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어린이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만을 방치하면 고혈압ㆍ고혈당 등으로 이어져 20~30대에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질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2017~2021년 학생건강검사 자료(초등학생 3,939명, 중학생 2,265명, 고교생 2,786명)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초등학생 비만율은 19.5%, 중학생 19.4%, 고등학생 23.6%였다. 청소년 비만율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초등학생은 4.5%포인트 올랐고, 중학생은 3.9%포인트, 고등학생은 0.3%포인트 상승했다.

게다가 초·중·고교생 가운데 고혈압 비율은 지난해 14.3%로, 2019년 대비 0.4%포인트 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18.4%)에서 3.0%포인트, 중학교 1학년(15.9%)에서 2.5%포인트 증가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전국 중ㆍ고교생 비만율이 남학생 17.5%, 여학생 9.1%로 2019년과 비교해 각각 3.7%포인트, 1%포인트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어릴 때부터 비만이면 대사증후군 위험 30배

어린이 비만은 표준 체중보다 20% 이상 많거나, 같은 연령대에서 체질량지수(BMI)가 상위 5%일 때를 말한다.

비만은 체내 지방세포 성장으로 인해 발생한다. 지방세포 숫자가 늘어나는 비만을 ‘지방세포 증식형’이라고 하고, 지방세포 크기가 커지는 비만을 ‘지방세포 비대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린이와 어른의 지방세포 성장 방식은 아주 다르다. 어린이 비만은 대부분 지방세포 증식형이다. 비만세포 크기는 작아질 수 있지만 숫자는 한 번 늘어나면 살을 빼도 줄지 않는다.

따라서 어린이 비만이 되면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지방세포 수와 크기가 모두 늘어나는 ‘지방세포 증식·비대 혼합형’ 비만이 되기 쉽다.

어린이 비만이 되면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효진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허리둘레가 또래 어린이보다 많이 나가는 복부 비만인 어린이는 어른이 됐을 때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최대 30배까지 증가한다”고 했다.

서정환 세브란스병원 소아내분비과 교수는 “비만 어린이는 혈중 지방이 늘어나 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가 생겨 협심증ㆍ심근경색ㆍ뇌졸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비만이 되면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고 지방세포가 뇌하수체 성선 호르몬을 자극해 성조숙증이 나타나 키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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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1주일 3~5회 땀날 정도로 운동해야

어린이 비만은 가족 식습관과 생활 습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모 중 한 명이 비만이면 자녀가 비만이 될 가능성이 40~60%다. 부모 모두 비만이라면 자녀가 비만이 될 가능성은 80%까지 올라간다.

특히 어머니가 비만이면 자녀의 비만 위험성이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2.5배 높아진다. 따라서 어린이 비만을 해소하려면 가족 모두 패스트푸드 등 고칼로리·고지방 음식을 줄이고 음식을 골고루 먹는 등 좋은 식습관을 들이고, 산책 등 운동을 함께하는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성장기 아이의 비만 관리는 굶는 것이 아니라 ‘신호등 식단’으로 불리는 식단을 구별해 주의하며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오이ㆍ토마토ㆍ버섯ㆍ브로콜리 등 ‘초록군 음식’은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된다. 일반적인 식사ㆍ밥ㆍ생선ㆍ고기ㆍ국,ㆍ우유ㆍ면 등 ‘노랑군 음식’은 식사로 제공되는 양만큼 먹어도 되는 음식이다. 조절해야 하는 것은 패스트푸드 등 ‘빨강군 음식’으로 줄이는 것이 아닌 끊어야 한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비만 관련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아이가 채소를 먹지 않아요, 채소를 먹지 않아 살찌는 것이 맞죠?’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린 이야기”라며 “단순히 채소ㆍ과일을 많이 먹는 것보다 하루에 절반 정도는 일반적인 식사를 하고, 인스턴트ㆍ패스트푸드 등 ‘빨강군 음식’을 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어린이가 비만이어도 성장기이기에 체중이 변하지 않더라도 키가 크면 비만이 해소될 수 있기에 식사량을 줄여 체중을 감소하는 것보다 칼슘ㆍ단백질ㆍ지방 등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식습관과 함께 끊임없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 비만 어린이를 위한 운동법은 심하고 격렬하게 하는 것보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것이 좋다. 박효진 교수는 “적당히 땀이 날 정도로 하루에 1시간, 1주일에 3~5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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