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거래소 가격, 해외보다 비싼 점 노려
코인 판 돈 수천 억 시중은행 거쳐 해외로
유령법인 만든 뒤 정상 무역대금으로 위장
지난달 일본 자금 들어간 환치기 일당 적발
이번엔 비슷한 수법으로 중국인 등 3명 구속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해외보다 비싸게 코인이 팔리는 점을 노리고 수천억 원의 외환거래를 한 중국인과 중국계 한국인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코인을 팔아 얻게 된 뭉칫돈을 해외로 보내려고 유령법인 여러 곳을 만든 뒤 시중은행에는 정상적인 무역거래 대금인 것처럼 속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위반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중국계 한국인 A씨 등 2명과 중국인 B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다수의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은행에는 수입물품 대금 결제로 위장해 수천억 원의 외화를 중국 등 해외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보낸 돈은 대부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코인을 팔아 생긴 자금이었다.
A씨 등은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렸다. 해외서 매수한 코인을 전자지갑으로 받아 국내거래소에서 팔고 이 돈을 법인 계좌로 입금한 뒤 무역대금으로 위장해 다시 해외로 보낸 것이다.
대구지검은 지난달 일본 자금으로 사들인 가상화폐를 국내거래소에서 팔아 은행에는 금괴와 반도체칩 등의 수입물품 대금인 것처럼 속이고 4,000억 원을 해외로 송금한 3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불법 외환거래를 도운 대가로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법인들이 수천억 원을 거래 대금으로 지출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고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보내온 이상거래 내역을 조사해 시중은행을 통한 수상한 외환거래가 이뤄진 점을 포착하고 지난 5월부터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도 무역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영세한 회사에서 거액의 외환 송금이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시중은행을 상대로 검사를 벌여왔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 수사는 확대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현재까지 확인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을 거쳐 해외로 넘어간 ‘이상 외환송금 거래’ 규모는 8조5,000억 원이 넘는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흐름을 계속 추적하고 이들의 추가 범행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상한 외환거래를 한 일당들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은행들이 불법 송금을 방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점 간 외환 업무 경쟁이 과열돼 불법 송금 문제에 소홀했을 수 있다"며 "영세한 회사들이 수백 건씩 외환 거래를 하는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은행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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