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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민주당, 출구가 안 보인다

입력
2022.09.1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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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이준희한국일보 고문

조기에 현실화한 이재명 사법리스크
김건희 특검은 현실성 없는 고육지책
극한 여론전 외에는 방법 없는 민주당

민주당이 결국 늪에 빠졌다. 말할 것도 없이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문이다. 연원을 따지면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이 대표와 민주당의 잘못된 선택이 근본원인이다. 많은 이들이 진심으로 민주당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이 대표의 총선·대표 출마를 말렸던 게 이 때문이었다. 본인의 욕심에다 이미 구축된 친명체제 속에서 민주당 구성원이 눈앞의 정치적 안위를 좇은 결과다. 이 대표에게 걸린 혐의는 하도 많아 또 언급할 여유는 없다. 어쨌든 그 많은 고소·고발(태반이 주변인들에 의해 제기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수사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으로선 최소한 총선까지 그 귀중한 시간을 오직 이재명 구하기로 날려 보내야 할 판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수사에서 보듯 칼자루는 온전히 여권에 쥐어져 있다. 경찰이 지난 정권 3년을 뭉개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무혐의 결론을 바꾼 것은 정치사에서 지겹도록 봐온 모습이다. 169개 의석으로 국가운영과 정치현안에서 위력을 과시할 수는 있되 수사와 사법처리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여지는 적다.

이 대표 말마따나 겨우 말꼬리 잡기 수준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검찰이 이 대표에게 소환통보한 것을 두고도 ‘전쟁’ 운운하고 나선 게 그래서다. 사안에 비해 너무 이르고 격한 수준의 반응은 절박함과 공포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앞으로 대장동 백현동 특혜의혹 같은 본게임 10여 건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겨우 이 정도 사안으로 전쟁을 선포하면 추후 줄 이을 본게임에선 다 같이 의원직 내던지며 옥쇄하자고 할 것인가.

김건희 특검 발의는 달리 방법이 없는 민주당의 딱한 고육지책이다. 이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취약점이라는 점은 맞다. 김건희 리스크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정권 내내 윤 대통령의 국정성과를 희석시키고 심지어 조롱대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60% 이상의 특검 찬성 여론은 김 여사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초기 반짝 여론몰이 효과까지다.

김건희 특검의 현실화 가능성은 없지만, 설사 특검이 이뤄진다 해도 주가조작 연루의혹처럼 검찰이 한 번 무혐의 판단한 사건이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허위경력은 특검에서 다루기엔 너무 우습고, 관저공사 수의계약은 전례 없는 공사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방어벽 깨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대표 본인과 연루된 대형 의혹들에 비해 대상이나 사안의 중대성 측면에서 전혀 급수가 맞지 않는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등치시킬 수 있는 사안이 애당초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앞으로의 상황은 뻔하다. 이 대표 수사가 하나하나 진행될 때마다 여의도는 연일 극한투쟁으로 날이 새고 질 것이다. 모조리 무혐의 결론을 내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치가 정상적으로 복구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판국에 이 대표나 민주당이 부쩍 입에 올리는 민생도 얕은 여론전 방식으로나 보일 뿐 진정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고, 윤 정권은 시종 제 일 아닌 듯 국가현안만 다루는 태도로 일관할 것이다.

똑같이 독이 올라 있는 여권 분위기로 보아 지금 민주당에는 솔직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첫 단추 잘못 끼운 후과가 이렇게 크다. 차라리 김건희 특검 같은 헛된 반사적 대응은 거두고 국가현안이나 민생문제에 대한 대안정당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그나마 괜찮은 방안일지도 모르겠다. 혹 이 대표는 상처 입을지라도 민주당은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후일을 기약할 수 있을 터이니. (물론 이 또한 현실성 떨어지는 조언이나 하도 답답해 하는 말이다.)

이준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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