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헌 심판만 8번째...앞선 7번은 합헌
청구인 "이적물 제작·소지만으로 처벌은 위헌"
법무부 "실질적 해악 끼칠 명확한 위험만 처벌"
이적표현물 소지·배포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첫 공개 변론이 1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국가보안법이 양심 형성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로 인해 수사기관의 자의적 처벌이 가능하다"는 위헌 주장과 "국민의 신체나 재산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명백한 행위에만 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악용 가능성은 없다"는 합헌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7번 합헌 국보법 다시 위헌 심판대에...첫 공개 변론 진행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국가보안법 7조에 관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국가보안법 7조가 위헌 심판대에 오른 건 1991년 일부 개정 이후 8번째인데, 공개변론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선 7차례 심판에선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은 수원지법과 대전지법이 낸 위헌제청과 개인 헌법소원 등 모두 11건이 병합된 것이다. 현재 국가보안법 7조 1항은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면 처벌하고, 5항은 이적행위를 목적으로 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널리 퍼뜨려 알게함) 등을 할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다.
국보법, 양심 형성의 자유 침해?
위헌을 주장하는 청구인 측은 이적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하는 것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표현물의 제작과 소지는 양심을 형성하는 과정이고 외부로 발현되기 전에는 내심의 영역인데 이를 처벌이 가능하면 양심 형성 자유가 침해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적표현물의 내용이 반포된다 해도 결국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토론을 통해 교정되는 과정을 거쳐야지 처벌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이해관계인으로 변론에 참여한 법무부 측은 민주주의의 기본질서 확립을 위해서 국가보안법 7조 등이 합헌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맞섰다. 양심과 표현의 자유는 무한정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법무부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해악을 끼칠 경우에는 양심과 표현의 자유가 무조건 보장될 수 없다"며 "학술 및 예술 목적과 단순 호기심에 따른 이적표현물 제작이나 소지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아가 "최근 미디어 환경에서는 정보의 확증편향이 쉽게 발생한다.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은 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적 표현물 소지만으로 처벌?
청구인 측은 국가보안법이 정부 성향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되는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도 위헌 근거로 제시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조항에 등장하는 이적 표현물 등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이적 표현물 제작·소지만으로 반국가단체의 사상이 전파돼 객관적인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정부 성향에 따라 차별적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법무부는 최근 판례나 재판 과정을 보면 오남용이 통제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질적인 해악이 미칠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에만 처벌되고 있어 악용 가능성이 없다"는 것으로, "수년에 걸쳐 김일성 등을 찬양하는 이적 표현물 소지 반포한 경우에도 적극적 공격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법원에서 무죄가 나오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관 질의도 이어졌다. 이석태 재판관은 "전파가 이뤄지기 전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것만으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어떤 위협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법무부에 의견을 물었다. 법무부는 이에 "법상 이적표현물은 단순한 표현물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질서를 위협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표현물"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향후 선고기일을 지정, 청구인 측과 법무부 등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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