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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먹구름

입력
2022.09.15 18:00
수정
2022.09.19 14:43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초과한 전년 동기 대비 8.3%로 나와 연준이 더 강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파다했던 1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료품 가게에서 손님이 소고기 세일 판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초과한 전년 동기 대비 8.3%로 나와 연준이 더 강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파다했던 1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료품 가게에서 손님이 소고기 세일 판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침체는 호황을 탔던 경기가 둔화해 경제성장(GDP)이 평균 수준 이하로 떨어진 상황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률이 2%를 밑돌면 그렇게 볼 수 있는데, 기술적으론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태다. 경기가 침체되면 생산ㆍ투자ㆍ소비 등이 계속 감소하며 기업 이윤은 격감한다. 당연히 기업들이 도산하고 실업도 증가한다. 그러니 경기침체가 닥치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불황의 극심한 고통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 정부 경제정책은 그런 고통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경기가 침체 이전인 둔화 단계에서 더 이상 가라앉지 않고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그게 바로 ‘경기 연착륙’이다. 그러기 위한 대표적 통화정책이 호황일 때 미리 수요 과잉이 발생해 인플레이션이 닥치지 않도록 선제적 금리인상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암을 저지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방사선 치료를 감행하듯 경기과열을 예방하는 셈이다.

□ 하지만 이번 경기순환에서 미국 연준(Fed)은 머뭇거리다 뒤늦게 금리인상에 착수하는 바람에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탓인지 연일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을 오가는 금리인상 속도전을 폈지만, 반전이 기대됐던 8월 소비자물가에서도 인플레 고삐는 여전히 잡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금리인상으로 미국 경제는 지난 1,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각각 -1.6%(확정치), -0.6%(잠정치)로 집계돼 이미 기술적 침체에 진입했지만, 그럼에도 인플레를 겨냥한 추가 금리인상 고삐를 늦출 수 없게 된 셈이다.

□ 미국 경제는 기술적 경기침체 상태임에도 고용과 소비 등이 양호하기 때문에, 연준은 더 심한 침체를 무릅쓰고라도 기꺼이 가파른 금리인상 행진을 이어갈 게 확실시된다. 그 경우 우리로서는 미국 경제 경착륙은 물론, 중국 경기둔화와 유럽 경기침체 등 주요 수출시장의 동반 침체와, 우크라이나전쟁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잿값 상승과 공급난 등 ‘퍼펙트스톰’에 포위된 초유의 경기침체로 빠져들 우려가 크다. 사방에서 먹장구름이 빠르게 몰려오는 것 같은 요즘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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