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한계로 RE100 가입 미뤄
"신재생에너지 늘려야...사회적 공동 노력" 요청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꼽힌다.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모두 직접 생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쓴 전력 25.8TWh(테라와트시)는 글로벌 경쟁사 구글(18.2TWh)과 TSMC(18.1TWh), 인텔(9.6TWh), 메타(9.4TWh), 애플(2.9TWh)보다 훨씬 많다. 서울시 전체 가정용 전력 사용량(14.6TWh)과 비교해도 1.76배에 달한다.
이런 까닭에 삼성전자의 'RE100'(신재생에너지100% 사용) 가입 여부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배출한 탄소는 약 1700만 톤(t)으로 만약 탄소중립을 하면 ①약 소나무 20억 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고 ②자동차 800만 대가 멈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2월 유럽 최대 연기금을 굴리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 10곳에 RE100 선언 등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왜 친환경 전략을 내놓는데 소극적이었을까. 회사 측은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두 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①국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총 발전량 577TWh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TWh로 전체 발전량의 7.5%에 불과하다. ②신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싸다는 것도 강조했다. 태양광 kWh당 발전 단가를 보면 한국은 116원인데 비해 중국은 42원, 미국은 48원 수준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원자력발전 비중을 키우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까지 친환경 경영을 공식화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업들이 각각 친환경 경영 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신재생 에너지 공급량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신재생에너지 수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미국과 중국, 유럽 내 전체 사업장에서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지만, 핵심 생산 기지가 모여 있는 국내에선 신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지난해 기준 16% 수준이다. 더구나 에너지 사용이 많은 반도체 사업은 국내 생산라인을 늘릴 예정이라 전력 사용량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올해 평택3공장(P3) 가동을 시작했고, 2023년 말 평택4공장(P4) 완공이 목표다.
결국 삼성전자가 신환경경영전략을 완성하려면 정부, 시민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삼성전자가 이날 "RE100 연례 보고서에도 한국을 신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았다"며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산업계는 신재생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시민사회도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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