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십자가?”… 제주 설문대할망 벽화 훼손 해프닝

경찰 조사 결과 집주인이 그려
사건 종결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

제주시 이도1동 골목에 조성된 설문대할망 벽화가 십자가 그림으로 훼손돼 있다. 왼쪽이 훼손 전(다음 로드뷰 갈무리), 오른쪽이 훼손 후 벽화 모습. 뉴스1

제주 창조신화 속 여신인 ‘설문대할망’을 그린 공공 벽화에 십자가를 그려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해프닝으로 끝났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제주시 내 한 골목길 주택 담벼락에 그려진 설문대할망 벽화가 훼손돼 수사를 진행한 결과 해당 집주인이 그린 것으로 밝혀져 입건 전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해당 집주인은 “벽화가 낡아 제주시청에 새로 그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내년에나 가능하다고해서 직접 그림을 그렸다”고 경찰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앞서 지난 13일 해당 벽화가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자 재물손괴 여부를 조사해 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훼손 부분은 제주 섬 창조 신화에 나오는 설문대할망 얼굴 그림이다. 애초 있던 설문대할망 그림이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커다란 녹색 원 안에 하얀색의 십자가 모양의 그림이 덧그려진 상태다.

이 벽화는 제주시가 10여 년 전 도시 미관 확보를 위해 건물주 등과 협의해 주택 담장에 제주와 관련된 다양한 그림을 새겨 넣었다. 훼손된 벽화에는 당초 한라산을 배경으로 옛 제주사람들이 두 손을 모아 설문대할망을 우러러 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