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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감사' 막겠다고 사전에 국회 승인받으라니

입력
2022.09.16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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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최재해 감사원장.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최재해 감사원장.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감사원 감사가 정치 보복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감찰 시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시 처벌하는, 감사원 정치개입 방지법(감사원법 개정안)을 14일 대표발의했다. 최근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백신 수급, 권익위원장, 통계청 등 전 정부 정책을 향한 표적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가 개입해 감사원 독립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지금과 같은 여야 극한 대립을 감안할 때 국회가 감사원의 특별감찰 계획을 승인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쟁이 될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권한 분산을 위해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두자는 주장이 나온 적이 있지만 지금의 법안 발의는 그런 취지도 아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에 이어 감사완박을 꾀한다”는 국민의힘의 비판처럼 껄끄러운 감사를 가로막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여야가 바뀐 상황이라면 민주당 역시 이 법안을 비판할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문제는 법이 아니다. 운용의 원칙이 사라진 것이 문제다. 지금도 감사원은 형식상 대통령 소속기관일 뿐 직무상 독립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으면 전 정부의 정책을 흠집 내거나 인물을 내치기 위한 수단으로 감사를 이용해 왔다. 양당 모두 책임이 있다. 이 악습을 끊기로 타협하고 정치 규범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게 해법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처럼 노골적으로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을 표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 체계를 파괴하는 민주당의 기상천외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는데, 그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감사원장 시절 그는 “41% 지지밖에 못 받은 정부의 국정과제에 국민적 합의가 있냐”고 말해 탈원전 감사의 의도를 의심하게 했고, 임기 도중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함으로써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한 장본인이다. 감사원 독립을 말하려면 사과부터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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