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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볼티모어의 역설... 검거 실적 늘어도 치안 악화하는 이유

입력
2022.09.17 10: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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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드라마 '위 오운 디스 시티'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볼티모어 경찰 웨인 젱킨스는 우범지대를 거닐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가 있으면 다짜고짜 곤봉을 휘두른다. '범죄와의 전쟁'이 그를 왕과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웨이브 제공

볼티모어 경찰 웨인 젱킨스는 우범지대를 거닐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가 있으면 다짜고짜 곤봉을 휘두른다. '범죄와의 전쟁'이 그를 왕과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웨이브 제공

웨이브 바로 보기 | 6부작 | 18세 이상

미국 볼티모어는 악명 높은 범죄도시다. 2015년에만 살인사건이 350건을 넘었다. 민심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시장 선거에 나선 이들은 치안 확보를 공약으로 내세우곤 했다. 새 시장이 업무를 시작하면 '범죄와의 전쟁'에 나서기 마련이었다. 우범자를 거칠게 대해 문제가 생겨도 실적 좋은 경찰이 우대받게 됐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범죄 소탕에 나선다면 치안은 안정될까. 드라마 ‘위 오운 디스 시티’는 범죄를 막기 위한 강경 대책이 어떤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세세히 묘사한다.

①과잉 단속이 부른 부작용

볼티모어 경찰들은 불법 총기 추적과 마약 유통 단속에 열중하나 뒷주머니를 채울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다. 웨이브 제공

볼티모어 경찰들은 불법 총기 추적과 마약 유통 단속에 열중하나 뒷주머니를 채울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다. 웨이브 제공

볼티모어 시경은 범죄를 줄이기 위해 단속을 강화했다. 사람들이 밤에 거리에 있지 않도록 했다. 불법 총기를 적극 추적해 총기 범죄를 줄이려고도 했다. 밤거리를 누비는 사복 경찰은 왕이나 다름없었다. 우범지대 순찰을 명목으로 평범한 시민들을 위협했다.

‘완장’의 위력을 실감한 경찰들은 점점 대담해졌다. 경관 폭행이나 공무 집행 방해를 핑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행인을 구타하거나 연행했다. 마약밀매업자 검거나 총기 추적을 빌미로 용의자 집을 수색하면서 발견한 돈이나 마약을 자신들 주머니에 넣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비리 경찰들은 “우리가 이 도시를 지배한다(We Own This City)”며 기고만장해 했다.

②그들은 어떻게 비리 경찰이 되었나

웨인 젱킨스는 자신의 비위가 들통나고도 직무 수행에만 충실했다고 하소연한다. 웨이브 제공

웨인 젱킨스는 자신의 비위가 들통나고도 직무 수행에만 충실했다고 하소연한다. 웨이브 제공

경찰이 완력을 내세우자 불상사가 발생했다. 2015년 프레디 그레이라는 흑인 청년이 경찰의 과잉 단속으로 목숨을 잃었다. 시민들은 분노했다. 폭동이 발생했다. 용의자가 거칠게 저항하면 연행을 포기하는 경찰들이 늘어났다. 비리를 저질러도 현장에서 ‘용감’한 경찰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부당한 체포와 연행이 이어지자 경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경찰에 앙심을 품은 시민이 늘어나니 경찰 정보원은 줄었고 경찰이 얽힌 재판의 배심원 합류를 거부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경찰은 갈수록 고립무원 상태가 됐고 물리력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③공권력은 누구를 위해 있나

드라마는 비리 경찰 웨인 젱킨스(존 번솔)를 통해 볼티모어 경찰 행정의 문제점을 들여다본다. 젱킨스가 이끄는 총기 추적 반원들은 경찰 업무보다 돈과 마약이라는 부수입에 더 관심이 많다. 애먼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는 등 불법을 자행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비리 경찰을 쫓는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의 활약, 경찰의 탈법과 위법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려는 법무부 직원의 노력을 포개며 복마전 같은 볼티모어의 치안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뷰+포인트

배우들이 출연하고 연출된 내용이 화면을 채우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범죄가 만연한 볼티모어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다양한 시각에서 들여다 보려 한다.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흑인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단순히 인종차별 문제만이 아님을 시사하기도 한다. 오랜 관행, 범죄 발생에 대한 단순한 접근, 관료주의, 실적주의 행정 등이 결합됐을 때 시민이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점도 흥미롭다. 일간 볼티모어 선의 탐사보도 기자 저스틴 펜튼이 쓴 동명 논픽션을 바탕으로 했다. 영화 ‘킹 리차드’(2021)의 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이 연출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3%, 시청자 7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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