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아시아 최대 드라이빙 체험 센터'
현대차그룹·한국타이어 함께 만들어
고속주회로·오프로드·제동 등 8개 체험 코스
최고 시속 250㎞로 경사각 38도 벽면 주행
무릎 높이 수로·앞이 보이지 않는 경사로 체험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뻥 뚫린 도로에서 자동차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달리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제한속도' '교통체증' '안전법규' 등 여러 제약 때문에 시도조차 힘들다. 경기 용인, 전남 영암, 강원 인제 등 여러 '자동차 경주장(레이싱 서킷)'이 있지만, 일반인이 도전하기엔 많은 장벽이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영화나 게임을 통해 대리 만족한다.
그런데 '질주본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춘 '드라이빙 센터'가 충남 태안군에 문을 열었다. 고성능 차량을 직접 가져가지 않아도, 운전이 서툴러도 괜찮다. 준비된 차량을 타고, 전문 교육관(인스트럭터)에게 운전 기술을 배우면서 레이싱 서킷을 달릴 수 있다. 초보 운전자도 안전하게 속도를 즐길 수 있는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가봤다.
15일 찾은 센터는 압도적 크기에 먼저 놀랐다. 축구장 176개 크기인 126만㎡(약 38만 평) 부지에 들어선 까닭에 건물 2층 높이에서 내려다봐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인천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센터'(면적 29만1,802㎡)보다도 네 배 이상 크다. 검정색 금속과 유리로 만들어진 1만223㎡(약 3,092평) 규모의 고객 전용 건물은 세련된 갤러리(전시회장) 같은 느낌이었다. 넓직한 실내엔 차량들이 전시돼 있고, 카페, 시뮬레이션 체험장 등 부대시설도 많았다. 방문객들은 현대차그룹의 새 차와 미래에 양산될 콘셉트카를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고속주행·오프로드 등 8개 고객 체험 시설
센터를 만든 현대차그룹과 한국타이어는 신제품을 만들 때 시험장으로도 쓰지만, 대중이 운전의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고 싶어한다. 이 때문에 ①4.6㎞의 고속주회로를 비롯해 ②긴급 제동 ③마른노면서킷 ④젖은노면서킷 ⑤다목적 주행 코스 ⑥드리프트를 체험하는 젖은 원선회 코스 ⑦킥 플레이트 코스 ⑧험로(오프로드) 코스 등 체험 시설을 여덟 가지나 갖추고 있다.
이날 원선회·킥플레이트를 뺀 6개 코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처음엔 다목적 주행코스였다. 여기선 정지 상태에서 치고 나가는 가속력을 대결하는 '드래그'와 짧은 구간에서 가속·감속·코너링 등을 구사하는 '짐카나'를 해봤다. 특히 300m 직선 구간에서 가속력을 겨뤄보는 드래그 레이스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신호등이 노란불에서 파란불로 바뀌자마자 나란히 선 옆 차량과 동시에 튀어나갔다. 잠깐이지만 영화 '분노의 질주'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이어 고속주회로에 들어섰다. 센터 둘레 4.6㎞를 최고 시속 280㎞로 달릴 수 있는 코스다. 시속 120㎞로 가볍게 한 바퀴를 돈 뒤, 인스트럭터에게 스티어링휠(운전대)을 넘겼다. 인스트럭터는 굉음을 내며 출발, 시속 240~250㎞ 속도로 코스를 달렸다. 38.87도로 기울어진 도로의 윗 부분을 달릴 땐, "옆으로 굴러떨어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짜릿함을 함께 느꼈다.
다음으론 총 16개의 코너로 구성된 3.4㎞의 '마른노면서킷'을 체험했다. 이곳에서도 첫 번째 바퀴는 선두 차량을 뒤따르며 운전하고, 두 번째 바퀴에선 조수석에 앉아 인스트럭터의 박진감 넘치는 운전을 간접 경험했다. 시속 150㎞로 달리던 차량이 속도를 최대한 줄여 코너에 진입했다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빠져나갈 땐 몸속의 피가 이쪽저쪽으로 쏠리는 것 같았다.
오프로드 코스에선 경사로·자갈·모래·진흙·수로 등 다채로운 험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제일 아찔했던 곳은 경사각이 35도에 달하는 언덕 구간이었다. 들어갈 땐 하늘 보고 누운 것 같았고, 내려올 땐 스키 슬로프보다 가파르게 바닥으로 곤두박질할 것 같았다. 하지만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달린 첨단 기능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 깊이 450㎜ 수로를 건너는 도강 코스를 지날 땐 최근 폭우로 물에 잠긴 도로를 헤쳐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외진 곳, 근처에 즐길 거리·숙박 시설 부족은 '단점'
시속 60~100㎞ 속도로 젖은 노면과 마른 노면에서 제동성능을 체험하는 코스까지 쉼 없이 체험하고 나니 4시간이 금방 갔다. 고객들은 오프로드를 제외한 일곱 가지 코스를 운전 숙련도에 따라 ①초급(레벨1) ②중급(레벨2) ③고급(레벨3)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오프로드는 별도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현대차그룹은 해마다 1만5,000명 이상 고객 유치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가격도 8만~28만 원으로, 수입차 회사들의 프로그램보다 저렴하고 알차게 구성했다.
다만 센터의 흥행에 걸림돌도 있었다. 무엇보다 너무 외진 곳에 있다. 서울에서 160㎞가량 떨어져, 길이 막히지 않아도 2, 3시간 걸린다. 주변에 다른 즐길 거리나 숙박 시설도 거의 없다. 수천억 원을 투자해서 문을 연 센터가 차량 연구개발(R&D), 사회공헌 목적이 아닌, 수익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들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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