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소득자 탈루액 38% 징세 못해
납세자 불복에 9조 돌려주며 가산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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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 국세청장이 7월 22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최근 5년간 국세청이 소득을 속인 납세자로부터 떼인 세금 규모가 최소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잘못 걷은 세금을 뒤늦게 돌려주며 물게 된 이자는 6,000억 원대에 달했다. 당국의 세무 행정 역량이 향상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세청의 ‘2017~2021년 고소득 사업자 세무조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국세청은 고소득 납세자가 신고하지 않은 소득 총 5조3,669억 원을 세무조사로 찾아내 2조8,509억 원의 세금을 부과하고도 그중 1조968억 원(38.5%)을 끝내 징수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 체납액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국세청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나 탈세 제보 등을 토대로 자기 사업을 꾸리는 일반 사업자 중 매년 고소득자를 추려 세무조사를 벌인다. 지난해 이들 한 명이 평균적으로 신고한 소득(19억1,000만 원)과 숨긴 소득(14억1,000만 원)을 합쳐 23억 원가량이었는데, 대상자 수가 648명에 불과했고 징수율마저 매년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적은 표본과 낮은 징수율 탓에 거둬들이지 못한 세금 규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강 의원은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근로소득자와의 조세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고소득 사업자를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는 못 걷은 세금뿐만이 아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너무 많은 세금이 매겨졌다거나 세금이 잘못 납부됐다는 항의를 받고 당국이 납세자에게 돌려준 세금, 즉 불복에 따른 과오납 환급금이 같은 기간 총 9조2,957억 원이었는데, 여기에는 환급 가산금 6,331억 원도 포함돼 있다. 세금을 잘못 걷은 대가로 5년간 6,000억 원이 넘는 이자를 세금으로 치른 것이다.
납세자의 이의 신청이나 제소에 따른 환급은 국세청의 과세 실수가 부른 손실이다. 윤 의원은 “연간 1,000억 원 넘는 패소 환급 이자를 발생시키는 현재의 과세 품질은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새 정부가 바람대로 재정건전성 강화에 성공하려면 지출 구조조정에 열을 올리기 전에 재정 누수를 차단하는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무조사를 축소해야 한다는 식의 정부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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