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장
"中, 학술 문제라고 하지만 정치적 이슈화하려는 것"
"대학 역사 교재 국정화 추진...양심적 학자도 사라져"
중국이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유물 전시회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한국사 연표에서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선미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장은 15일 "중국 측의 행위는 상호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아주 무례한 행위"라며 "굉장히 예외적인 일이고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같이 밝히며 "중국 측은 이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학술적인 문제다'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상 이것을 정치 이슈화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베이징의 중국 국가박물관에선 현재 한·중·일 3개국의 청동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에 부착된 한국사 연표에는 고조선 아래로 신라, 백제, 가야만 표기돼 있고 고구려와 발해는 빠져 있다. 게다가 연표 하단에는 이 내용을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했다'고 버젓이 적혀 있다. 중국 측이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해놓고 마치 한국 측에서 보내온 그대로 연표를 적은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그러자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즉각적인 시정과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통상 전시에 사용하는 자료는 제공 기관의 자료를 성실히 반영하는 게 국제적 관례"라며 중국 측의 행위를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고구려 문제는 하나의 학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소장은 이에 "우리 측은 이런 문제가 있다라고 논리적인 근거나 사료를 대고 얘기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중국에선 이것을 학술적으로 보기 보다는 정치쟁점화하고 자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계속 반박을 해도 받아들여지지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역사·교육정책을 지적했다. 박 소장은 "현재 시진핑 체제 안에서 추진하고 있는 역사정책은 자국 중심의 중화중심주의"라며 "중·고등교과서도 국정화 실시하고 있고, 대학교의 역사 교재도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매우 위대하다', '주변으로 중국 문화를 전파했다'라는 기조를 어렸을 때부터 (교육하고) 젊은 대학생들에게까지 계속 인식시키고 있다. 이들의 역사관이 경직된 것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 소장은 현재 학자적 양심을 가진 중국학자들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역사정책, 교육정책이 그대로 박물관이나 각종 출판물을 통해서 노출이 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중국학자들 중 논문에서 고구려사나 발해사의 경우는 한국사를 전제로 서술하는 경향이 굉장히 많았지만, 현재는 싹 들어가 버렸다"고 했다.
결국 역사·교육정책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박 소장은 "역사정책과 역사인식 자체를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조, 세계의 평화와 공존이라는 인류 전체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에 부응하는 역사정책을 하고, 역사교육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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