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론' 주창한 미술사학자
도쿄 주일한국문화원 전시회

14일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한 ‘야나기 무네요시의 마음과 시선-일본민예관 소장자료를 통하여 본 조선미술’ 전시회에 소개된 야나기 무네요시의 사진. 1921년 5월 도쿄에서 개최한 '조선미술전람회' 모습. 도쿄=최진주 특파원
“조선이 발흥하고 일본이 쇠퇴해 일본이 조선에 합병되고 에도성이 폐허가 되어 일본총독부 건물을 짓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일본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1922년 일제의 광화문 철거에 반대하며 쓴 ‘장차 잃게 될 조선의 한 건축물을 위하여’라는 글의 한 대목이다. 당시 이 문장은 검열 때문에 발행되지 못했지만 야나기의 조선 미술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표현으로 유명하다.
주일한국문화원은 조선의 공예를 집대성한 야나기의 책 ‘조선과 그 예술’ 간행 100주년을 기념해 ‘야나기 무네요시의 마음과 시선-일본민예관 소장자료를 통하여 본 조선미술’ 전시회를 연다. 개막식이 14일 도쿄 소재 문화원 1층 갤러리MI에서 열렸다.

14일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한 ‘야나기 무네요시의 마음과 시선-일본민예관 소장자료를 통하여 본 조선미술’ 전시회에 소개된 조선시대 청화백자. 도쿄=최진주 특파원
야나기는 귀족이 즐기는 미술, 즉 '관예’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일반 민중의 소박한 예술을 가리키는 ‘민예’ 사상을 만들었다. 1941년 조선시대 청화백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조선의 미술에 관심을 가진 그가 평생 수집한 조선 시대 공예품은 도쿄 고마바에 건립한 일본민예관에 소장돼 있다.
10월 1일까지 2주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민예관 소장 도자기와 야나기의 육필 원고, 사진 등 40여 점이 나왔다. 17일엔 야나기와 조선 미술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14일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한 ‘야나기 무네요시의 마음과 시선-일본민예관 소장자료를 통하여 본 조선미술’ 전시회에 소개된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과 그 예술' 육필 원고. 이 저서가 간행된 지 100년이 됐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야나기는 동아시아 3국의 미술을 각국의 민족성과 연결시켜 분석했는데, 조선 예술에 대해서는 ‘비애의 미’를 강조했다. 그의 관점은 한때 미술계 주류의 동의를 받았지만, 최근 들어 비판적 논문이나 견해도 다수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가 조선의 미술에 깊은 애정을 가졌고, 조선인과 교류하며 진정한 벗이 되고자 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14일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한 ‘야나기 무네요시의 마음과 시선-일본민예관 소장자료를 통하여 본 조선미술’ 전시회 개막식 참가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부터 공형식 주일한국문화원장, 후카사와 나오토 일본민예관장, 김계식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 순. 도쿄=최진주 특파원
개막식에는 공형식 주일한국문화원장, 후카사와 나오토 일본민예관장, 고마쓰 야요이 도쿄국립근대미술관장, 오사카 에리코 국립신미술관장, 김계식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 가타야마 마비 도쿄예술대 교수 등 일본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후카사와 관장은 “야나기의 수집품과 심혈을 기울여 쓴 원고는 우리에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사랑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공 원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한층 더 활발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