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환자 5명 숨진 이천 화재...또 '인재'로 드러나

철거업자들이 전기 차단 안 해 화재
덥다며 방화문 열어놓고 작업 중
불나자 이마저도 닫지 않고 대피
연기 급속도로 4층 유입 원인 제공

5명이 숨진 경기 이천시 상가건물 화재 현장 2차 합동감식을 시작한 지난달 8일 오전 경기 이천시 관고동의 한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으로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5일 경기 이천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3층 스크린 골프장 철거 작업 당시 작업자들의 부주의가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로 드러났다. 경찰은 철거업자 등 당시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진행하는 동시에 추가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13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천 관고동 화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철거업자 A(59)씨를 구속하고, 화재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화재는 관고동 학산빌딩 3층에 위치한 스크린 골프장의 1번 방 벽면에 있던 냉방기기 배수펌프 전원코드에서 시작됐다. 철거 작업 전,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전기 차단을 하지 않은 채 작업자들이 1번 방에 있던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작동해 화재로 이어진 것이다. 더구나 창고로 쓰인 1번 방은 장기간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는 등 화재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 소화기로 문을 받힌 채 방화문을 열어두고 화재가 발생하자 그대로 대피한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중앙계단을 통해 유독가스와 연기가 사망자가 발생한 4층 투석병원 쪽으로 급격히 확산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지난달 5일 경기 이천시 학산빌딩 화재 당시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씨의 발인이 7일 오전 경기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 준공 당시 불법 시공된 부분도 참사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당초 설계도면상 불이 난 3층과 사망자가 발생한 4층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화 구획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벽면 내부에 세워진 철골 H빔 기둥에는 벽돌과 모르타르 등이 채워져 있어야 했지만, 외장재만 시공해 내부가 텅 빈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를 대피시키다 숨진 것으로 알려진 고 현은경 간호사의 헌신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직후 연기가 투석실로 들어오고 나서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3~4분간이 폐쇄회로(CC)TV에 담겨 있다"며 "의료진들은 투석기에 달린 줄을 잘라 내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