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일기로 별세
도시의 혼란과 폭력 생생히 전달
패션 사진계도 뒤바꾼 혁명가
권총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아이들, 뚱뚱하지만 당당한 여성의 모습, 흐릿한 초점과 삐뚤어진 구성…
사진을 통해 사회적 금기에 도전한 현대 사진의 거장 윌리엄 클라인이 별세했다. 클라인의 유족은 이날 부고 성명에서 고인이 평온하게 운명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향년 96세.
1926년 뉴욕 출신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프랑스 파리에 파병됐다가 아예 머물렀다. 프랑스 입체주의 회화 거장이자 사회주의자 페르낭 레제 밑에서 그림을 사사했다. 당초 건축가를 꿈꿨지만 우연히 손에 넣은 카메라의 매력에 빠져 사진을 찍었다. 1956년 ‘뉴욕’이라는 사진집으로 세계적 권위를 가진 나다르 사진상을 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어긋난 초점, 불안한 구도로 현대문명의 혼란과 불안을 드러냈다. 대표작 ‘권총1, 뉴욕’은 험악한 표정으로 작가의 카메라에 총구를 겨눈 어린 소년의 모습을 통해 도시의 폭력성을 보여준다. 어두운 밤 뉴욕 스카이라인 위에 환하게 뜬 보름달을 찍은 사진은 원자폭탄이 공중에서 터진 듯한 이미지로 보인다. 제목도 ‘원자폭탄 하늘, 뉴욕’.
10년간 패션잡지 보그와 일하며 패션 사진의 판도도 흔들었다. 스튜디오 안에서 촬영하던 패션 사진의 틀을 깨고 거리에 모델을 데리고 나갔다. 건널목 오토바이, 지나가던 행인들 사이에서 찍은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사진들은 패션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클라인은 훗날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나의 신조는 '무엇이든 좋다'는 것이다. 규칙도 없고 제한이나 한계도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쟁 때는 반전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찍기도 했다.
뉴욕 국제사진센터는 클라인이 “모든 면에서 선지적이어서 당대의 사회·예술적 기조를 무시하고 독창적인 길을 뚫었다”며 “혁신적이고 비타협적으로 세계의 모든 사진작가를 위해 새로운 문을 열어줬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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