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월부터 단위수량 품질검사 적용
개정 이후 설계 공사부터 의무화
설계~착공 2년 "불법 콘크리트 양산"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정부의 콘크리트 품질 기준 강화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법 시행 시점이 늦은 탓에 불법 콘크리트가 당분간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콘크리트 품질 강화를 위해 이달 1일 표준시방서 개정안을 고시했다. 콘크리트를 만들 때 물을 얼마나 탔는지 측정하는 '단위수량' 시험 기준을 마련해 120㎥마다 혹은 배합이 바뀔 때마다 검사를 의무화한 게 골자다. 검사는 12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지금껏 단위수량 허용치를 185㎏/㎥ 이하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험 기준이 없어 콘크리트에 고가의 감수제 대신 물을 더 넣어 배합을 조작하는 뿌리 깊은 관행이 남아 있었다.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물 탄 콘크리트가 꼽혔다. 정부가 이런 관행을 바로잡는 데 나선 것이다.
문제는 시행 시점이다.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국토부는 "시행 중인 설계 용역이나 건설 공사에 대한 종전의 건설 기준 적용 여부는 발주자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개정 이전에 설계한 공사는 콘크리트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통상 설계부터 실제 착공까지 2년 정도 소요된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실제 현장에 적용, 안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불법 콘크리트가 계속해서 양산될 수 있다.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국토부가 건설 안전과 품질 관리 책임을 사실상 민간 기업에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콘크리트를 고층까지 높이 쏘아 올리려면 유동성이 좋은 고가의 재료를 써야 하는데, 건설사가 계약 단가를 안 올려 주면서 시공을 요구하니 시공사가 건축물을 짓기 쉽게 물을 타서 쓴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 갑을 관계로 발생하는 일"이라며 "업계의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루빨리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콘크리트 단위수량은 쉽게 바꿀 수 있지만, 보통 개정 전 설계에 착수한 사업들은 적용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이것(단위수량)만 바꾸기 애매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그간의 관행 탓에 해당 규정이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이한승 한양대 에리카 건축학부 교수는 "콘크리트 제조, 타설은 설계가 아닌 시공 단계라 즉시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며 "예전보다 훨씬 높은 고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 콘크리트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품질검사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