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문화협정 50주년 계기 독일의 '초청'
공연장엔 獨 자막... "마치 현대 예술 같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인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필)의 상주 공연장인 베를린 필하모니. 12일(현지시간) 이곳에서는 조선왕실 제사의식인 종묘제례악이 울려 퍼졌고, 독일인들로 가득 찬 관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베를린 필하모니와 조선의 종묘제례악,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들이 한데 어우러지게 된 사연은 뭘까.
주독일한국문화원과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한∙독 문화협정 50주년을 맞아 베를린 음악축제인 '무직페스트 베를린'이 종묘제례악을 '초청'하며 열렸다.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이 일방향으로 기획한 무대가 아니라, 독일 또한 종묘제례악 가치에 주목하고 협업했다는 것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국립국악원 소속 연주자 48명, 무용단 17명 등 총 86명이 나섰다. 종묘제례악 공연으로는 최대 규모다.
종묘제례악은 600년 가까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예술'이다. 200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눈과 귀에는 마냥 생소하다. 현지에서는 이 '생소함'이 공연 성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박(나무 판 6개를 엮어 만든 타악기), 편종(16개 종을 두 단으로 매달아 놓은 타악기) 등 사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악기들이 내는 소리가 '현대음악'처럼 인식된다고 한다.
한국과 3년에 걸친 협의 끝에 무대를 올린 빈리히 호프 무직페스트 베를린 예술감독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때로 '지금의 것'은 꽤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반면, '옛날의 것'은 매우 신선하게 보이곤 한다"고 부연하며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이 궁금하고, 더 알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각국의 음악을 결합하는 일에 관심이 많지만, 한국 전통예술이 국제무대에서 통할 가능성 또한 상당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도, 관객 입장에서는 모르는 공연을 그냥 즐길 수는 없을 터. 공연장에서는 그래서 공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독일어∙영어 자막이 흘러나왔다. 마치 오페라나 뮤지컬을 보듯, 관객들은 무대와 자막을 번갈아 보며 조선왕조 문무에 대한 찬양이 담긴 곡들을 음미했다. 줄지어 추는 무용의 동작들이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인지 몇몇 관객들은 작은 몸짓으로 동작을 따라 해 보는 모습도 보였다.
공연은 70여 분간 진행됐다. 이어 박수가 10분간 계속됐다. 무대를 중심으로 빙 둘러진 관객석은 무대 뒤편을 제외하고 가득 차 있었다. 공연은 '베를린필 디지털콘서트홀'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다. 아시아 공연 단체의 무대가 이렇게 송출된 건 처음이다. 베를린을 시작으로 종묘제례악은 뮌헨∙함부르크∙쾰른까지 독일 4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한다. 조현옥 주독일대한민국대사는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낳은 최고의 종합예술인 종묘제례악이 개최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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