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에 마약 탄 커피 먹이고 사기도박...일당 10명 검거

충청·제주 등지서 지난해 2월부터 7차례 범행
피해액만 1억6,000만 원...대부분 피해 사실 몰라
신고 못한 피해자 더 있을 수도...경찰, 수사 확대

경찰이 마약을 이용한 사기도박 현장을 급습해 압수한 마약류. 대전경찰청 제공

재력가에게 마약을 탄 커피나 맥주를 먹이고 사기 도박판을 벌여 억대의 돈을 가로챈 일당 1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사기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47)씨와 B(51)씨 등 6명을 구속 송치하고,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부동산 개발업자 등 재력가 7명을 대상으로 충북 증평과 보은, 제주 등지에서 7차례에 걸쳐 마약류가 들어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사기도박을 해 1억5,705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여성과 함께 골프 여행을 하자고 피해자에게 제안한 뒤, 마약류를 넣은 맥주나 커피를 마시게 하고 도박을 했다. '세븐 포커'나 카드 2장을 받은 후 새로 받은 카드 숫자가 그 사이에 들어가면 이기는 '끼워넣기' 방식의 도박을 했다. 도박을 잘 모르는 한 피해자는 '끼워넣기' 방식으로 5,000만 원을 잃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마약에 취해 의식이 흐려진 사이 카드배열 순서를 조작한 '탄 카드'를 사전에 준비해 도박에 이용했다. 사전에 짠 수신호까지 이용한 이들의 사기 행각에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이 마약 사기도박 현장에서 압수한 현금과 휴대폰. 대전경찰청 제공

이들 일당은 사기도박 전반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총책', 도박을 직접 하는 '선수', 피해자를 모집하는 '모집책'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또 일당 일부가 일부러 돈을 잃은 뒤, 다른 일당에게 돈을 빌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도박자금이 떨어진 피해자들이 이들에게 돈을 빌리게 했다. 이들은 도박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1억 원 이상의 수표와 현금도 준비했다.

일당 중 부동산 분야에서 일하는 C(51)씨는 평소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이나 골프 동호회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 중 재력가를 물색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남성으로 마약류가 들은 음료를 마시거나 사기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4월 피해자의 한 지인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실제 피해자들에게 마약 성분이 검출되자 경찰은 피의자들을 특정해, 지난 6월 충북 보은의 사기도박 현장을 급습해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건물 임대인이나 중견기업 대표 등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 이들이어서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며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