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100일 수사 발표... 1명 구속·7명 불구속 기소
"이 중사, 2차 가해 겪고 좌절감 등으로 극단적 선택"
고 이예람 중사 사건 부실수사 의혹을 수사하는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6월 7월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전후 공군 내 광범위한 2차 가해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사 직속 상관들은 강제추행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아 2차 가해를 유발하거나 허위사실로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이 중사 사건 당시 공군본부 공보장교와 이 중사 소속 부대인 제20전투비행단 중대장,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 중인 전직 부사관 등 3명을 이 중사의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특검팀은 사건 당시 이 중사 소속 대대장은 가해자 분리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이를 이 중사 사망 전 2차 가해 범죄라고 판단했다. 이 중사의 글들을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려 피해자의 사생활을 누설한 군 검사도 기소됐다. 특검팀은 2차 가해 관련자들을 포함해 전익수(52)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모두 8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 수사 결과, 제20전투비행단 A(44) 대대장은 지난해 3월 강제추행 가해자인 D(25)씨가 이 중사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공군본부 인사 담당자에게 D씨가 분리돼 있고, D씨 파견을 조사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군사경찰 요청이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보고해 인사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대대장에게는 피해자 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D씨가 분리되지 않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책임자에 대한 징계 의결을 요구하지 않는 등 정당한 이유 없이 지휘관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적용됐다.
B(29) 중대장은 지난해 4월과 5월 이 중사가 전입하려는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피해자가 좀 이상하고 20전투비행단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고 한다는 등 허위사실을 말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사 사건을 담당한 C(29) 군검사는 이 중사의 심리 상태 악화와 2차 가해 정황을 알고도 2차 가해 등에 대한 D씨의 가담 여부 및 구속 수사 필요성, 군인 등 강제추행 치상 의율 필요성 검토 등을 방임하고 휴가 등을 이유로 피해자 조사 일정을 지연하는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 군검사는 동기 법무관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 관련 글을 게시해 사생활 비밀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법상 비밀준수 등 위반)도 받는다. C 군검사는 지난해 5월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의 수사지연 경위 보고 지시에 이 중사가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처럼 허위보고한 혐의도 더해졌다. 지난해 4~6월 세 차례 근무지 등을 무단이탈한 혐의도 있다.
이 중사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D씨는 지난해 3월 동료들에게 강제추행하지 않았는데 이 중사의 거짓 진술로 고소당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말해 이 중사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추가됐다.
당시 공군본부 공보를 담당한 G(45) 장교는 이 중사와 가족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G씨는 지난해 6월 3일부터 사흘 동안 기자들에게 피해자가 강제 추행 사건이 아니라 부부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왜곡된 허위사실을 전해 고인과 남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G장교가 피해자 사망 뒤 여론 악화로 참모총장 해임이 거론되는 상황을 반전해 보겠다는 의도로 허위사실을 전한 것으로 봤다.
G장교는 지난해 6월 3~7일 이 중사가 가해자에게 강제추행 당한 직후 이 중사 선배 부사관이 이 중사와 통화한 녹음파일 2개를 기자 2명에게 넘기는 등 직무상 비밀인 수사 정보와 개인정보를 누설한 혐의도 받는다. 특검팀은 이 중사가 남편과 사망 당일까지 관계가 좋았다는 사실을 이 중사 휴대폰 디지털 증거분석 자료와 혼인신고 당일 남편과 나눈 대화가 녹음된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확인했다.
특검팀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부검 결과를 통해, 이 중사가 이전에 없던 극단적 선택 위험이 강제추행 사건 뒤 급격히 올라갔고, 다른 부대 전입 뒤 증상을 악화시키는 2차 가해를 겪고 좌절감과 무력감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군사법원의 E(49) 군무원은 전익수 실장에게 지난해 6월 D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적 사항과 심문 내용 등을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익수 법무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을 수사 중이고 군무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군 검사에게 전화해 "자신이 군무원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는 구속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전 실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 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다만 전 실장이 '초동수사부터 불구속 수사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선 "아무 근거가 없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해당 의혹의 중요 증거가 된 녹취록을 위조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된 H(35) 변호사는 법무관 시절 받은 징계로 전 실장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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