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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법으로 예산 낭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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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법으로 예산 낭비 막는다

입력
2022.09.13 09:45
수정
2022.09.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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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도입ㆍ예비타당성조사 개편 착수
문재인 정부 ‘적극 재정’ 정책 기조 뒤집기
복지사업, 시범 사업 통해 예타 여부 결정키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일종의 재정건전성 관리 규범인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대규모 재정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의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법으로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전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적극 재정’ 정책 기조 뒤집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더 깐깐ㆍ엄격하게 나라 살림 건전성 규율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확정했다. 재정준칙은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만드는 규범이다. 준칙에 명시된 기준과 어긋나면 정부는 재정건전화 대책을 마련해 지표를 원래 수준으로 돌려놔야 한다.

준칙의 대원칙은 정부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우리나라 경제 규모(GDP)의 3% 이내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국가채무가 GDP 대비 60%를 넘어설 경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해 더 깐깐하게 국가재정 상태를 규율하기로 했다.

이런 준칙은 한도 수준을 복잡한 ‘(국가채무 비율/60%)×(통합재정수지 비율/-3%)]≤1.0’ 공식으로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 당시 준칙안보다 단순하지만, 더 강력하다. 이전 준칙은 국가채무비율을 GDP 60% 이내로, 재정수지 비율은 -3% 이내로 관리하되 두 목표를 곱한 값이 일정 수준에 머물도록 하는 융통성을 뒀었다.

새 정부가 기존 통합재정수지 대신 준용하기로 한 관리재정수지는 더 까다로운 재정수지다. 재정수지는 정부가 거둬들인 재정의 수입(세입)과 지출(세출)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와, 여기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차감한 관리재정수지가 있다. 현재 사회보장성기금에서 흑자가 나는 만큼 관리재정수지가 좀 더 보수적이다. 올해 말 기준 정부의 관리재정수지 전망치는 GDP 대비 -5.1%로 통합재정수지 전망치 -3.3%보다 2%포인트 가까이 나쁘다.

재정준칙의 법적 근거도 법률(국가재정법)에 담기로 했다. 전 정부 당시 방안은 한 단계 낮은 시행령에 담는 것이었다. 준칙 시행의 구속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시행 시기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통과 시점으로 앞당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다음 번 본예산인 2024년 예산안부터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0월에 재정준칙 도입안을 내면서 3년의 유예기간(2025년 적용)을 부여한 바 있다.

재정준칙에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은 전쟁과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등 위기 상황으로 한정했다. 7월 예고 당시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이는 국가재정법상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과 일치한다. 추경을 편성할 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만 재정준칙상 예외를 적용해준다는 것이다.

‘방만 운영’ 판단 예타는 면제 요건 강화

이날 회의에서는 예타 개편 방안도 확정됐다.

핵심은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해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예타 면제는 이명박 정부 90건(61조1,000억 원), 박근혜 정부 94건(25조 원)에서 문재인 정부 때 149건(120조1,000억 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방안에 따르면 현행 예타 면제 대상인 ‘문화재 복원사업’은 복원 외 관련 도로 정비 등 주변 정비 사업이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일 경우에는 예타를 면제하지 못하도록 한다. ‘국방 관련 사업’의 경우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 등 전력(戰力)과 관계없는 사업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의결을 받지 못했다면 예타를 면제하지 않고 ‘국가 간 협약ㆍ조약에 따른 사업’도 대통령 재가나 국회 동의를 받은 사업만 면제 대상에 넣는다.

‘재난복구 지원, 시설 안전성 확보, 보건ㆍ식품 안전 문제 등으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안전 점검과 정밀안전진단 등을 통해 안전 문제가 실제로 확인된 시설물, 식품안전기본법상 긴급대응 방안에 포함된 사업에만 예타를 면제한다. ‘지역균형발전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사업 규모·사업비 등 세부 산출 근거가 있고 재원 조달, 정책 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예타를 면제받도록 한다.

아울러 정부는 일단 재정이 투입되면 사업을 중단하기 어려운 복지 사업은 가급적 시범 사업을 진행해 예타 착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1999년 도입해 23년째 유지되고 있는 예타 대상 기준 ‘총사업비 500억 원, 국비 300억 원’은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사업에 한해 ‘총사업비 1,000억 원, 국비 5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평균 1년 넘게 걸리는 예타 절차가 사업 추진을 더디게 한다는 지적에 대상 선정 1개월, 조사 기간 3개월 등 총 4개월을 단축하는 신속예타절차도 도입한다. 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규제는 일부 풀어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예타 개편을 위한 법령ㆍ지침 개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은 우리 경제의 최후 보루이자 안전판”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재정 씀씀이에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고 건전 재정 기조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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