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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 배송기사, 근로자 맞다"

입력
2022.09.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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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배송계약서 체결... 내용 선택 불가"
"노조를 통해 사측과 대등한 위치에 교섭해야"

2020년 서울 시내 한 택배 물류터에서 배송기사가 배송 준비를 하다 짐칸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뉴스1

2020년 서울 시내 한 택배 물류터에서 배송기사가 배송 준비를 하다 짐칸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뉴스1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 배송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최근 운송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재심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대형마트 운영사들과 체결한 온라인 주문 운송 위탁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배송기사들을 모집해왔다. 이 중 배송기사 150여 명은 마트산업노조 소속이었다.

마트산업노조는 2020년 A사에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따라 단체교섭 실시를 요구했다. 교섭 제안 사실 공고도 요청했지만, A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트산업노조는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를 찾아 "A사의 교섭요구 공고 거부를 시정해달라"고 했다.

지노위는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배송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맞기 때문에 마트산업노조도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취지였다.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노위 판단을 유지하자, A사는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법정에서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 배송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①배송기사들이 A사 외에도 다른 업체들과 배송계약을 체결했고 ②사측 간섭 없이 배송권역 등 업무 관련 일부 사항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③배송계약은 기사와 사측이 따로 결정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사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배송기사가 운송업체를 거치지 않고서 직접 대형마트와 배송계약을 체결하거나 대형마트의 물품 배송을 취급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배송기사가 A사와 계약을 체결한 건 대형마트 물류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들과의 배송계약 체결만으로는 계약의 전속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배송기사가 사업자처럼 사측과 계약을 따로 체결한다'는 사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배송기사는 A사 측에서 만들어 둔 정형화된 양식의 배송계약서를 사용해 계약을 체결한다"며 "배송기사는 계약서 조항을 취사선택하거나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송권역을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사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계약 내에서 허용한 수준의 재량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법원은 나아가 단체교섭 요구의 정당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배송기사가 사측과 계약조건을 합의하지 못하면 계약 해지 외에는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배송기사로 하여금 노조를 통해 A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배송계약 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배송기사의 근로자성 인정은 처음이 아니다. 법원은 올해 1월에도 부당노동행위 관련 행정소송에서 홈플러스 위탁업체 소속 온라인 배송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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