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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청사 로열층’ 예상 깨고 행안부 품으로… 달라진 위상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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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청사 로열층’ 예상 깨고 행안부 품으로… 달라진 위상 실감

입력
2022.09.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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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정부청사 모두 조망할 수 있어 선호
'왕부처' 기획재정부는 행안부 밑으로 배치
세종 관가선 이변 받아들여… 이상민 영향?

추석 연휴 첫날이던 지난 9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모습.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완공은 내달 말.

추석 연휴 첫날이던 지난 9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모습.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완공은 내달 말.

내달 완공 예정인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신청사) 상층부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를 두고 벌어졌던 ‘세종청사 고지전’은 행정안전부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행안부는 '왕부처'로 불리는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이기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높아진 행안부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여기에 기재부가 사무실마저 최고층을 차지했을 경우 쏟아질 곱지 않은 시선이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추석 연휴 직전 낸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과 1차관실 조직이 신청사 업무동 10~14층으로 들어간다. 구내식당이 청사 꼭대기인 15층에 들어서는 점을 고려하면 행안부가 가장 높은 곳에 입주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행안부 아래 3~10층을 사용하고, 1~4층엔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가 들어간다.

행안부는 “기재부가 업무동의 ‘중심부’인 중층부에 배치된다”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고지전'에서 패한 기재부 직원들 사이에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직원은 “우리가 지금까지 이런 대접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예산과 세제 업무를 총괄하면서 부처 중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공직사회에서 ‘갑 중의 갑’으로 꼽혔다.

세종 관가에선 그동안 누가 중앙동에 들어가고, 누가 중앙동의 상층부를 차지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최첨단 신축인 중앙동은 세종청사 한복판에 자리 잡은 데다 다른 정부청사들과는 비교하기 힘든 편의시설을 갖출 것으로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성과 편리성을 의식한 듯 행안부와 기재부는 7월 중앙동 입주가 확정된 뒤 상층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기재부는 중앙동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제치고 행안부와 함께 입주를 확정 지어 '갑부처'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서쪽에서 바라본 업무동(왼쪽)과 민원동. 4층에서 다리로 연결돼 있다. 업무동은 가급 국가보안시설로 분류된다. 각종 편의시설과 브리핑룸은 오른쪽 민원동에 들어선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서쪽에서 바라본 업무동(왼쪽)과 민원동. 4층에서 다리로 연결돼 있다. 업무동은 가급 국가보안시설로 분류된다. 각종 편의시설과 브리핑룸은 오른쪽 민원동에 들어선다.

기재부 측에서는 부총리가 이끄는 조직인 기재부가 상층부로 가는 게 맞고, 재난 업무를 맡은 행안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등 범정부 기구와 함께 저층부로 가는 게 효율적이란 주장을 폈다. 행안부 측에선 이에 대해 기재부를 찾는 민원인을 위해서라도 기재부가 저층부로 가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업무동과 민원동으로 구분된 중앙동은 4층에서 다리로 연결돼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재부 민원인이 행안부보다 50%가량 더 많다”고 말했다.

두 부처의 힘겨루기는 결국 ‘로열층’을 차지하기 위한 기 싸움으로 요약된다. 상층부에선 직선거리로 120m(보건복지부)~470m(국민권익위)에 위치한 부처 대부분은 물론 인근 세종호수공원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특히 중정형 구조로 설계된 7~15층은 개방감과 통기성도 뛰어나 공무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다. 정부서울청사에선 부처를 지휘하는 총리실이 중간인 9층에 있고, 용산 청사에선 대통령 집무실이 꼭대기 층이 아닌 2층과 5층에 자리잡고 있다. 20층 높이의 정부대전청사에서도 중간층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세종청사 중앙동은 주변의 다른 세종청사 건물보다 2~4배가 높아 조망감이 탁월해 일찌감치 '로열층'으로 분류됐다.

중앙동은 15개 동의 건물이 하나로 연결된 정부세종청사 한복판에 위치한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2㎞가량 떨어진 정부세종2청사에 위치한 16, 17동을 제외하면 모든 중앙 부처 사무실이 반경 600m 안에 있다. 카카오맵 캡처

중앙동은 15개 동의 건물이 하나로 연결된 정부세종청사 한복판에 위치한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2㎞가량 떨어진 정부세종2청사에 위치한 16, 17동을 제외하면 모든 중앙 부처 사무실이 반경 600m 안에 있다. 카카오맵 캡처

두 부처가 상층부를 놓고 물밑 싸움을 한다는 이야기가 돌자, 세종 관가에선 대체로 기재부의 승리를 점쳤지만 결국 예상이 빗나갔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과기정통부를 제치고 중앙동에 입주하기로 하면서 원성을 산 상황에서, 로열층까지 차지했을 경우 쏟아질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던 것 같다”며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이상민 장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 취임 후 경찰청 통제권을 강화한 행안부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공약인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 사업까지 주도하는 등 공직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세종=글·사진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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