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두 교황' 주역 신구·정동환 8일 기자간담회
데뷔 60년 신구, 53년 정동환
연극으로 같은 작품 출연은 처음
"나는 이제 여든여섯이야. 이제야 내 일생의 소명이 시작되는 듯하네."
60년 경력의 원로배우는 본인의 이야기인 듯 극 중 캐릭터인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야기인 듯 '연기하지 않는 연기'의 경지를 보여줬다. 7일 연극 '두 교황'의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4회차 공연에 출연한 배우 신구(86)는 간혹 대사를 잊은 듯 멈칫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인터미션 포함 2시간 3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을 단단한 호흡으로 채웠다. 상대역인 교황 프란치스코를 연기한 53년 경력의 배우 정동환(73)과의 호흡도 물 흐르듯 했다. 연기 경력 합이 110년이 넘는 두 배우는 나이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는 점을 연극 '두 교황'의 장점으로 꼽았다.
정반대의 성격과 성향을 지닌 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연극 '두 교황'으로 처음 한 무대에 서는 두 원로배우는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은 생명과도 같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신구는 제작진이 곁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반복해 읊어줘야 할 정도로 많이 쇠약해진 모습이었지만 무대를 향한 의지만큼은 강렬했다. 그는 올해 초 연극 '라스트 세션' 출연 중 건강 문제로 입원 치료를 받은 일을 떠올리며 "병원을 찾지 않고 평생을 잘 살아왔지만 80대가 되면서 나도 놀랐다"며 "연극을 소명으로 여겨 왔고 이번 작품 같은 대작 출연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번 공연을 마지막 작품이라고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방탄노년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장년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데 대해 "원로라고 하는데 60년이라는 게 지나고 보니 어제 같고,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했더니 관객들이 봐 줘 고마울 뿐"이라고 답했다.
두 배우의 답변은 어떤 질문에도 "연습"이라는 말로 귀결됐다. 신구는 "올해 출연한 '라스트 세션'이나 '두 교황' 모두 욕심이 나 선뜻 출연하기로 해 놓고 막상 대본이 어려워 고민했는데 연습을 통해 해결해 가고 있다"고 했다. 정동환은 "'연극은 연습'이라는 신구 선생님의 말씀 안에 지금까지 온 선생님의 인생이 들어 있는 것 같아 존경의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연극은 두 교황이 주인공이지만 종교적 신념보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반대 입장을 수용하는 마음이 분명히 인간에게 있음을 확인하게 해 주는 연극이다. 정동환은 "나와 신구 선생님도 극 중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만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하루하루 존경심을 느낀다"며 "우리는 연기를 한다기보다 이 연극 속에 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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