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언제쯤 골 넣을까'...세계 축구팬들 관심↑
이강인, 라리가 승승장구...국대 차출돼 월드컵 갈까
김민재, 튀르키예 평정하더니 세리에A도 접수하나
"손흥민은 월드클래스가 아직 아니라고 하시더니, 그래도 아들 힘 내라고 '쌍따봉'을 날려주시네요."
직장인 나주연(가명·39)씨는 최근 한국 선수들이 팀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럽축구에 푹 빠져있다. 지난 3일도 밤을 꼬박 새웠다. 이날 밤 9시 이강인(레알 마요르카·21)이 출전한 마요르카와 지로나 경기 이후 곧바로 11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30)의 토트넘과 풀럼 경기를 시청했다. 이강인은 이날 전매특허인 '왼발'이 올린 코너킥을 동료가 골로 연결해 세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고, '골 가뭄'에 시달리는 손흥민이 오랜만에 제 기량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 뿌듯했다고 했다.
또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뛰던 김민재(SSC 나폴리·25)가 지난 7월 이탈리아의 나폴리로 팀을 이적하면서 축구 보는 재미가 배로 증가했다. 김민재를 통해 수비 위주의 경기를 보게 됐고, '깜짝' 슈팅으로 팀의 승리를 이끄는 등 월드클래스급 실력에 반해 밤을 하얗게 새는 날이 많아졌단다.
'한류'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축구에도 엄연히 한류가 존재한다. '한류'가 지구촌을 강타하며 문화를 이끄는 아이콘이라면, 이제 세계 축구 역시 '한류'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역사적인 순간에 와 있다. 특히 이번 2022-23시즌이 그렇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가 세계 최고 빅리그에서 팀을 이끌고 있어서다. 어쩌면 세계 축구사에서 이 시기를 두고 '한국 선수들이 꽃피운 유럽축구 르네상스 시대'라고 평가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래서 이번 추석 기간은 이들 세 선수에겐 중요한 시기다. 추석 연휴 이후 그 다음주부터 2주간 각 나라 A매치 기간이라 선수들은 차출된다. 좋은 경기력으로 팀에서 폼을 끌어 올린 선수라야 대표팀에 합류해서도 기량을 뽐낼 수 있다. 그래야 두 달 뒤 '2022 카타르월드컵'에 입성할 때 완벽한 전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유럽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의 경기를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찰칵' 세리머니로, 다시 손웅정씨의 '쌍따봉' 볼 수 있나요?
6경기 무득점. 손흥민은 초조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 맨시티와의 경기에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맨시티 킬러' 손흥민의 질주 본능이 이곳에서 터질 수도 있어서다. 현재 10골을 기록하고 있는 맨시티의 엘링 홀란드와 경합도 볼거리다.
여기에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바로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다. 손씨가 추석 연휴인 11일에 아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설 것인가다. 손씨는 3일 토트넘과 풀럼의 경기를 90분 내내 서서 관람했다. 한시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지켜보는 두 눈" 등 팬들은 경기장에서 본 손씨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담곤 한다.
이날 풀럼전에선 특별한 장면을 목격한 팬들이 많았다. 손씨만의 '특급칭찬'이 나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손씨는 아들의 골이 아쉽게 골대를 맞는 등 활약이 돋보이자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이른바 '쌍따봉'을 보냈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손흥민을 벤치로 내리고 히샤를리송을 주전으로 활용하라" "언제쯤 손흥민을 뺄 것인가" 등 무례할 정도의 현지 언론에 무척이나 신경 쓰였을 부성애다. 그런 아들의 활약에 무덤덤한 아버지도 잠시나마 기쁨을 표시했다.
또한 이날 경기로 손흥민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는 게 중요하다. 스피드가 되살아나고 골대를 맞히거나 아깝게 빗나가는 등 슈팅 능력도 올라오고 있어서다. 나아진 경기력에 현지 언론도 인정했다. 그간 손흥민에게 5점 등 팀내 최저 평점을 날리던 언론들이 7~8점 등 후한 점수를 줬다. 풋볼런던은 8점, 스카이스포츠는 7점, 후스코어드닷컴은 7.4점을 부여했다.
바로 직전 경기와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손흥민이 후반 교체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웨스트햄과의 경기(9월 1일)에선 확실히 몸이 무거웠다. 패스 횟수만 봐도 골키퍼인 위고 요리스(28회)보다 적은 17회로 팀내 최저치였다. 슈팅도 간신히 1개만 기록했다. 반면 풀럼과의 경기는 달랐다. 패스 횟수는 케인(24회)보다 많은 33회였고, 슈팅도 3개씩 동등하게 때렸다. 그만큼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볼 터치가 많았다는 의미다.
사실 손흥민의 부진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전술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3-4-3 포메이션을 가동하지만, 중원이 약하기 때문에 수비할 땐 '3백'이 아닌 5~6명이 한꺼번에 수비에 가담하는 전략 때문이다. 원 톱인 케인만 위에 두고 손흥민이나 데얀 클루세브스키, 히샤를리송 등 공격수들이 모두 수비에 가담하고 있다. 빠른 스피드로 뒤쪽 공간을 파고드는 손흥민으로서는 체력이 바닥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팬들은 "미끼 역할만 한다"며 콘테 감독의 전술이 "손흥민과 맞지 않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신입생 이반 페르시치와의 호흡도 좋은 편이 아니다. 원래 윙백이 아닌 윙어로 활약한 페르시치로서는 골대까지 치고 들어가는 손흥민의 동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패스를 해도 공이 손흥민이 아닌 케인이나 클루세브스키, 히샤를리송 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손흥민이 보인 웨스트햄, 풀럼과의 경기력 차이를 페리시치, 라이언 세세뇽(21)과의 차이로 보는 이유다.
8일 새벽 열린 마르세유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차전도 손흥민에겐 불리해 보였다. 풀럼전에서 호흡이 좋았던 세세뇽 대신 다시 페리시치가 선발 출전해서다. 두 사람은 여전히 동선이 겹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고, 그럴 때마다 손흥민은 뒤로 빠져 아예 전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승리에 기여한 히샤를리송의 2골도 페리시치의 어시스트 하나가 적중해서다. 그러니 손흥민과 케인, 히샤를리송의 슈팅 횟수가 차이가 나는 건 당연했다. 이날 케인은 6개, 히샤를리송은 4개의 슈팅을 보인 반면 손흥민은 단 2개에 불과했다. 후반 2분 만에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수비수의 퇴장을 유도한 공로에도 현지 언론의 평가는 냉혹했다. 풋볼런던과 이브닝스탠더드는 손흥민에게 각각 팀내 최저점인 6점과 5점을 줬다. 득점이나 도움 등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손웅정씨도 마찬가지였을 듯하다. 손씨는 이날도 경기장을 찾았지만, 시종일관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마수걸이 골이 터지길 기다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골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축구 전설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반복한다. 스코틀랜드축구 전설로 불리는 알리 맥코이스트는 최근 영국 라디오 '토크스포츠'에서 "손흥민의 부진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그러기엔 그는 너무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이번엔 국가대표로 카타르월드컵 갈 수 있을까?
현재 스페인 라리가를 휘어잡고 있는 선수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이강인이다. 스페인 명문 구단 발렌시아에서 방출에 가까운 이적으로 날개가 꺾였던 그는 최근 회복세를 타며 고공비행 중이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부터 마요르카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 됐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이강인을 라이트 윙어, 섀도우 스트라이커 등 '프리 롤(포지션에 제한이 없는 역할)'로 활용하면서 그라운드 중원을 휘젓는 그의 발놀림은 더욱 바쁘다.
특히 이강인은 라리가에 등판한 이래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4경기(8일 기준) 중 3경기 연속으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0대 0으로 비긴 리그 첫 경기인 아틀레틱과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레알 베티스(8월 21일), 라요 바예카노(8월 28일), 지로나(9월 3일)와 경기에서 각각 1도움,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라리가의 이강인에 대한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지로나, 바예카노 경기 후 두 번 연속으로 최우수선수 격인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됐다. 또한 이강인은 후스코어드닷컴이 선정한 선수 명단에 꼬박꼬박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패하고도 인정받은 지로나와의 경기에선 축구스타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이하 파리생제르맹) 등과 함께 유럽 5대 리그 이주의 베스트11에 선정됐다.
특히 4-4-2 포메이션이라 가정했을 때 음바페와 나란히 투 톱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뿐만 아니다. 1골을 기록한 바예카노 경기 이후엔 소파스코어에서 선정하는 '8월 라리가 이달의 선수' 후보에 올라 있다. 같이 후보에 오른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등과 경쟁을 펼친다는 것만으로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아기레 감독도 "이강인은 가장 중요하고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다. 팀 내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 중 하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건 이강인의 진화된 경기력 때문이다. 이강인의 단점은 느린 스피드와 약한 수비력이었다. 게다가 상대와 부딪히기만 해도 나가 떨어지는 체력도 문제로 지적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피드를 끌어올리고, 몸싸움을 이겨내며 상대에 밀리지 않는 공격력으로 무장했다. 여기에 엄청난 발재간을 바탕으로 한 '탈압박'은 기본이다. 바예카노와 경기 때 기록한 골도 수비수를 옆에 달고도 밀리지 않고 뽑아내 "마치 손흥민을 보는 듯했다"는 축구팬들의 평가도 있었다.
이제 축구팬들의 이목은 국가대표팀 감독인 파울루 벤투에게 쏠려있다. 그가 이강인을 대표팀에 뽑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지난해 3월을 마지막으로 벤투호에 승선하지 못하고 있다. 벤투에게 철저하게 외면받아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 하지만 현시점에서 이강인을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는다면 벤투 감독은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강인을 선택하지 않은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이강인은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난달 스페인 마르카와 인터뷰에서 "제가 좋은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있다"며 "월드컵은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이다. 나 역시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담배 '킴'보다 '킴' 김민재!"
별명을 '지우개'라고 해야 할 판이다. 월드클래스 공격수들의 활약을 모조리 지워버리니까. 김민재는 세리에A에 데뷔한 지 고작 한 달여 만에 소속팀 나폴리의 팬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아울러 수비를 넘어 공격의 중심이 될 조짐도 보인다. 지금까지 5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2골을 기록 중이다. 공격수인 손흥민이나 이강인보다 득점 수가 많다니, 어디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튀르키예 리그를 평정한 김민재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지난 4일 강팀으로 분류되는 라치오와의 리그 경기에서 김민재의 진가가 발휘됐다. 지난 시즌 득점왕인 라치오의 치로 임모빌레(32)를 꽁꽁 묶어 슈팅을 단 한차례에 그치게 했다. 임모빌레는 세리에A에서 여러 차례 득점왕을 차지한 그야말로 골잡이다. 그런 선수의 그림자도 못 넘어오게 했으니 '지우개'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다.
당초 나폴리 팬들은 첼시로 떠난 "칼리두 쿨리발리의 빈자리만 메워주길" 바랐다. 그러나 김민재의 그 이상 활약에 쿨리발리의 '쿨'자도 쏙 들어간 상황. 8일 새벽 리버풀과 펼쳐진 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도 익히 선보인 '괴물'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지난 시즌 EPL 득점왕인 모하메드 살라를 철저하게 마크하며 후반 교체되게 만들었다. 살라에게 날아오는 롱 패스를 미리 끊어내고, 드리블하며 치고 들어오는 살라의 공을 여지없이 걷어내며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다. 나폴리가 4대 1로 대승을 거두는 데 힘을 보탠 셈이다. 세계적인 수비수로 꼽히는 리버풀의 버질 반 다이크도 전반 나폴리에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등 김민재와의 대결에서 패했다. 김민재가 이날 경기에서 양팀 수비수 중 최고 평점(후스코어드닷컴 7.3점, 스카이스포츠 7.5점)을 받아든 건 당연했다.
나폴리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도 이날 김민재의 경기력을 극찬했다. 그는 "김민재와 라흐마니는 마치 괴물 같았다. 리버풀에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쯤되면 김민재의 꿈인 EPL 진출도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김민재의 가치가 대단한 건 순수 국내파로서 해외에서 통한다는 걸 증명하고 있어서다. 그는 2016년 K3리그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전북 현대 모터스에서 2시즌을 활동하고 중국으로 진출했다. 3년간 베이징 궈안에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더니 2021-22시즌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이적해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불과 한 시즌밖에 뛰지 않았지만 40경기에 출전하며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았다. 그 결과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김민재를 노리는 팀들이 많았고, 가장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던 나폴리가 웃게 된 것이다.
그런데 5경기 만에 그는 또다시 세리에A를 평정할 기세다. 전 경기 선발 출전해 풀타임 소화한 걸 보면 적응 기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탈리아 언론은 그가 5경기를 치를 동안 높은 평점과 후한 평가를 내리며 김민재의 '몸값'을 올리고 있다.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은 김민재가 EPL로 진출한다면 몸값이 "최소 5,000만 유로(약 680억 원)에서 최대 8,000만 유로(약 1,000억 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만큼 EPL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얘기로, 잉글랜드 진출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세리에A는 튀르키예가 그랬듯 김민재의 매력에 빠져있다. 특히 축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나폴리에선 김민재는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 중이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한 유튜버는 김민재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을 뿐인데 나폴리 사람들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휴대폰을 들이밀고, 공짜 술까지 권하며 "킴! 킴!'을 연호했다. 심지어 한 상점 주인은 "나폴리에는 '킴'이라는 담배 브랜드가 있다. 이제는 담배보다 김민재가 더 유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축구 전설들은 김민재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파비오 칸나바로와 알렉산드로 코스타쿠르타는 "김민재는 독보적 수비 퀄리티를 갖고 있다"며 세리에A에서 김민재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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