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인 팔뼈 수술 흔적보다 2.4만 년 앞서
"선사시대 의료 기술·해부학 지식 증거"
약 3만1,000년 전 구석기인 유골에서 다리 절단 수술 흔적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절단 수술 증거인 신석기 시대 유골보다 시기가 훨씬 앞선다. 의학의 역사가 다시 쓰일 수도 있는 발견이라는 평가다.
호주 그리피스대 고고학자 팀 말로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7일(현지시간) 국제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0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동부 ‘리앙 테보’ 동굴에서 발굴된 구석기 시대 유골에서 다리 절단 수술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유골 오른쪽 다리는 대부분 온전했으나 왼발과 왼 종아리 아랫부분 뼈가 없었다. 연구진은 다리뼈 절단면이 골절된 경우와는 다르게 인위적으로 정교하게 잘린 형태인 데다 상처가 잘 아문 흔적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생존을 위해 다리를 제거할 필요가 있어 절단 수술을 진행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 결과 유골의 연대는 3만1,000년 전으로 확인됐다.
유골의 주인은 수술 당시 10~14세로, 수술 이후 6~9년을 더 살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에도 절단 수술은 30일 이내 사망할 확률이 4~22%에 달할 만큼 ‘고위험 수술’로 꼽힌다. 연구진은 “선사 시대 사람들이 절단 수술 이후 출혈이나 감염을 막기 위한 의료 기술과 해부학 지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절단 수술의 증거는 프랑스에서 발굴된 7,000년 전 신석기 시대 농부의 팔뼈였다. 과학자들은 이 유골 주인이 동물의 공격을 받았거나 싸우다가 중상을 입어 치료를 위해 날카로운 석기로 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측했다.
이번에 발견된 절단 수술 흔적은 이보다 2만4,000년가량 앞선다. 만약 학계에서 실제 수술 흔적으로 인정받는다면 고고학 발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외과 수술 기록이 된다.
매튜 스프릭스 호주국립대 고고학 교수는 “이번 발견은 우리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쓰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우리 조상들이 우리만큼 똑똑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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