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재개장 37일째>
볼거리·즐길거리 많아 유동인구 큰 폭 증가
헌법 보장하는 '집회·시위' 규제는 논쟁 여전
일장기 연상 그림·CCTV 설치 논란도 불거져
지난달 6일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광화문광장이 생활체육행사부터 역사∙자연 탐방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 속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터널분수 등 조경시설은 어느새 서울에서 꼭 사진을 찍어야 할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집회∙시위를 금지한 서울시 조치에 대해서는 찬∙반 갈등과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성을 강조한 광장에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걸리며 서울시의 광장 관리 방식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방문자 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풍부...서울 으뜸 명소로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재개장 이후 광화문광장을 찾는 시민은 크게 증가했다. 오후 5시 기준, 개장 다음 주 주말이었던 8월 13일 토요일 광화문광장 주변 유동인구는 2만5,124명으로 개장 전주인 7월 30일 토요일(2만2,263명)보다 약 13% 늘었다. 광장 지하에 위치한 전시관 ‘세종충무공이야기’의 월간 이용객 수도 폐장 직전인 2020년 1월 6,559명에서 지난달(6~31일) 13만1,302명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광장을 찾아 물놀이를 즐긴 후기를 남긴 게시 글들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시는 이전보다 2배 넘게 넓어진 광장을 활용,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우선 매일 오후 8~11시 세종문화회관과 KT빌딩 리모델링 공사 가림막을 활용해 대형 미디어파사드를 선보이고 있다. 광복 77주년 기념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회와 청년예술인들을 위한 시네마콘서트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시민도슨트와 함께 광장의 역사나 자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산책하는 탐방 프로그램은 주말이면 100명의 신청인원이 금방 마감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달 16일부터는 매주 금~일요일 태권도 상설 공연도 열린다.
"집회·시위 막는 서울시 지침은 위헌"...밀고 들어와도 별수 없어
시는 새 광화문광장이 도심 속 진정한 시민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시 운영방침에 대해서는 여전히 ‘위헌 논쟁’이 뜨겁다. 서울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집회∙시위는 원칙적으로 허가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 시는 ‘문화제’로 가장한 ‘꼼수 집회∙시위’ 등을 막기 위해 지난달부터 소음과 법률 등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자문단’도 운영 중이다. 행사를 열 수 있는 구역은 광장 북쪽 육조마당과 세종대왕상 앞 놀이마당 두 곳으로 제한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에서 집회의 자유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시민 불편을 야기하거나 타 행사와 같은 날 이용을 신청하는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 자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5일 공동성명을 내고 서울시의 집회 불허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만약 허가받지 않은 집회나 시위가 열려도 시에게 이를 막을 강제력은 사실상 없다. 실제 지난달 15일, 인근 동화면세점에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8·15 일천 만 국민대회'를 열던 전광훈 목사 측 보수단체가 광화문광장으로 밀고 들어온 일도 있었다. 조례상 허가되지 않은 활동에 시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변상금 부과나 1년간 광장 사용 제한 정도다. 이 때문에 단체의 광장 난입이 예상되는 경우 펜스를 설치하는 방안을 시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 목사 측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광장을 여가와 문화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민주주의라든지 다양한 의견이 있어 절충점을 찾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장기 논란에 폐쇄회로(CC)TV 논란도
지난달 30일 세종문화회관 버스정류장 기둥 벽에는 조선총독부 건물이 담기고 일장기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 원 모양이 포함된 그림이 걸려 비판에 휩싸였다. 시는 "아픈 역사를 넘어 극복과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다"면서도 당일 철거를 결정했다. 또 행정예고 등 의견수렴 절차 없이 광장에 19대의 CCTV가 먼저 설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시는 이달 중 시민의견수렴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내달 광화문광장에 대한 종합관리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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