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90원 턱밑 추격
미국 긴축, 중국 경기둔화 공포 가세
코스피 2,400 무너져... 삼전 연저점 바짝
7일 원·달러 환율이 5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뚫으며 1,390원을 위협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공포에 달러 초강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원화 가치 하락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13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원홧값이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를 부추긴 결과 주가도 2,4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미중 '악재', 원환율 1,390원 위협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5원 오른 1,384.2원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30일(종가 1,391.5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은 전장보다 5.3원 오른 1,377원에 출발해 가파르게 고점을 높이더니 장중 1,388.4원까지 치솟았다. 1일 이후 연고점을 연일 새로 쓴 결과 5거래일 동안에만 47원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미국의 긴축 통화정책에 대한 공포가 연일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린 결과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년 만에 최고 수준인 110선에 진입한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1일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확률을 73%로 제시했다. 톰 디 갈로마 시포트 글로벌 홀딩스 상무는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공포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꺾일 수 있단 우려에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동시에 원화를 끌어내렸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8월 수출 증가율은 7.1%에 그치며 예상치(약 13%)를 크게 밑돌았다. 달러당 위안화는 6.9799위안까지 치솟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둔화 압력 속 미국 경제만 나홀로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과거 위기 때마다 달러만 한 위험 도피처가 없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달러 초강세 배경을 설명했다.
2,400 내준 코스피... 당국도 경계태세
외환시장 충격에 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1.39% 내린 2,376.46에 마감해, 7월 22일(2,393.14) 이후 한 달여 만에 2,4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이 5,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기관도 2,300억 원을 팔아 치웠다. 코스닥도 1.45% 하락 마감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2%가량 떨어지며 5만6,000원에 마감해 7월 기록한 장중 신저가(5만5,7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외환당국도 구두개입성 발언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환율 상승폭을 제어하진 못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렇게 환율이 오르고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건 경제와 금융시장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외환시장 변동성 충격을 흡수할 만큼 충분하다는 공식 판단도 내렸다"며 환율 상승이 아직은 방어할 만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오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긴급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이 부총재는 "최근 원화 약세 속도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8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결정회의 등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 추석 연휴 국제 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대응태세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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