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5개월 만에 원·환율 1380원 돌파
급여·수당 지급 방식 따라 희비 엇갈려
"저환율 감안하면 일률적 급여 보전 쉽지 않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근접하는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해외에 있는 국내 기업 주재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월급이나 수당을 원화 기준으로 받는 주재원들은 환율이 오른 만큼 실질 소득은 줄어들었지만, 달러 등 현지 통화 기준으로 받는 사람들은 뜻밖의 소득이 생기는 결과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들은 저환율 상황도 감안해 지급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 마땅한 대응책을 꺼내기도 힘든 입장이다.
원·달러 환율은 7일 장중 한때 1,388.3원을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월 8일 1,080.40원까지 떨어졌다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환율이 1,380원을 돌파한 건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4월 1일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8일에는 조금 떨어진 1,380.8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여전히 1,380원대를 유지하면서 1,4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해외, 특히 달러를 주요 화폐로 쓰는 지역에 있는 주재원들은 회사가 급여와 수당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사뭇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한 에너지 업체에 다니는 주재원 A씨는 환율이 오른다는 소식을 볼 때마다 표정 관리 중이다. A씨가 다니는 회사는 전년도 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월급과 수당을 모두 달러로 지급한다.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44.6원으로 현재 환율보다 약 250원 낮다. A씨는 "요즘처럼 환율이 높을 때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께 용돈을 송금하거나 한국에서 돈을 쓰면 이득을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같은 비용을 쓰더라도 적게 환전하기 때문에 송금하는 입장에서 돈을 아끼는 셈이다.
반면, 대기업 소속 주재원 B씨는 오르는 환율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B씨는 월급은 원화로, 주재 수당 및 주택 수당 등은 현지 통화로 받고 있다. 원화로 받은 월급을 환전해 쓰기 때문에 사실상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든다. B씨는 "돈을 쓸 때마다 환율을 따지다 보니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며 "높은 환율 때문에 외식이나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소비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유동적인 환율 탓 즉각 보전책 내기 어려워
본사 입장에선 뾰족한 수를 내놓기도 어렵다. 애초에 지급 방식을 정할 때 주재국 물가와 경제 수준을 따져본 뒤 업계 다른 회사와 비교해서 주재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현지 세금이나 금융 지원 문제, 각 나라 금융 사정, 그리고 지급된 현지 통화를 쓰지 않으면 발생하는 세법 상 문제 등 다양한 요소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최근의 고환율 상황을 감안해 당장 지급 방식을 변경하지 못하는 건 환율 변동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저환율 국면이 언제 닥칠 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4~2015년 엔저 현상이 생겼을 때 일본 지사에서 근무한 주재원들에게 불만이 터져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달라 정답은 없지만 환율로 인한 주재원 급여 보전을 위해 회사마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고환율이 계속 이어지면 주재원뿐 아니라 비용 증가로 회사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그저 환율이 빨리 진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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