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우리나라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지 약 13시간 후인 6일 오후 9시쯤 일본 삿포로 서북서쪽 약 400㎞ 부근 해상에서 태풍으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포항과 경주, 울산 등에 큰 피해를 입힌 '슈퍼 태풍' 힌남노가 지나갔으니 한시름 놓아도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굵직한 태풍 중 '가을 태풍' 많아... 빈도도 잦아지는 추세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남긴 태풍 중엔 '가을 태풍'이 많았다.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높을 때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북상하는데, 태풍의 주요 무대인 북태평양 적도 인근의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아지는 때는 통상 6월 말(하지)부터 9월 말(추분) 사이다. 바닷물이 서서히 데워지면 10월까지 태풍이 찾아올 수 있다.
2003년 태풍 '매미'의 경우 9월 6일 괌 인근에서 발생해 12일 우리나라에 상륙했으며, 약 6시간 동안 경남을 뒤흔든 뒤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2007년 '나리'(상륙 9월 16일), 2010년 '곤파스'(9월 2일), 2020년 '하이선'(9월 7일) 등 굵직한 태풍들이 가을에 우리나라를 관통해 지나갔다. 심지어 2016년 '차바'는 10월 5일 우리나라에 상륙해 10명의 사상자와 2,000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가을 태풍은 더 잦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1~2020년 30년간 평균을 냈을 때, 월별 발생 태풍은 8월 5.6개, 9월 5.1개, 10월 3.5개였다. 그러나 범위를 10년(2011~2020년)으로 좁히면 8월 5.1개, 9월 5.3개, 10월 3.7개로 가을 태풍이 늘어난다. 우리나라에 직간접 영향을 주는 태풍의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2001~2010년엔 연평균 2.5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하거나 영향을 줬는데, 2011~2020년엔 이 수치가 4개로 뛰어올랐다. 앞으로 또 다른 '슈퍼 태풍'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평년보다 따뜻한 바다'는 가을 태풍 발달에 좋은 조건
태풍의 힘을 강화하는 해수면 온도는 올해 유난히 높은 편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철(6~8월) 우리나라 해역 해수면 온도는 23.9도로 지난해(24.1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최근 10년간 동해가 서해보다 수온이 높았던 것과 달리, 올해 8월엔 서해 평균 수온(26.4도)이 동해(25.2도)보다 1.2도나 높아 중부지방에 비구름을 끊임없이 공급했다.
특히 9월 들어서도 제주도 남쪽 바다가 평년에 비해 2~3도가량 높은 27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했고, 이는 힌남노가 '매우 강' 수준의 세력을 유지한 채 우리나라를 직격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가을 태풍이 잦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 가을철 해수면 온도나 고기압 배치 등이 과거와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민승기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도 몬순(계절풍)이 강해질수록 한반도로 향하는 가을 태풍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민 교수는 "몬순 대류가 평소보다 강하면 2019년 9월처럼 태풍 3개가 연달아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등의 극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1.5~3배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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