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연예인 출연자들이 주가 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 출연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 잡음은 마치 '숙명'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하에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과 달리 비연예인 출연자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취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장을 대변해 줄 소속사도, 제대로 해명을 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 속에서 낯선 방송 환경 속 비춰진 자신의 모습(혹은 출연 전 과거)에서 불거진 논란이 거센 악플 세례로 돌아왔을 때 비연예인 출연자 개인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비록 화제성과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한 취지의 출연이었다 하더라도 공인도 아닌 비연예인 출연자를 둘러싼 무분별한 악플과 비방, 신상 털기는 이들이 당연히 감내해야할 요소는 아니다. 방송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비연예인 출연자의 입장에서는 실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비연예인 연애 리얼리티 대홍수, 달갑지만 않은 이유는
비연예인 출연자 중심 리얼리티의 극명한 암(暗)을 고려할 때, 현재 국내 예능 시장에 불어닥친 '비연예인 연애 리얼리티' 홍수는 그리 달갑지 않다.
현재 방송 중인 비연예인 연애 리얼리티는 '환승연애2' '돌싱글즈2' '나는 솔로' '체인지 데이즈2' 등이 대표적이다. 보다 날 것의 감정을 담은 비연예인 출연자의 로맨스 예능은 시청자에게 큰 인기를 모았고, 수많은 아류 예능의 양산을 낳았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비연예인 출연자들을 향한 관심 역시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연애 리얼리티 예능 출연을 통해 큰 화제를 모으며 종영 이후 인플루언서급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출연자들도 다수 탄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긍정적 결과만을 낳은 것은 아니었다. 일부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비춰지는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행동과 관계에 몰입하기 시작하면서 무분별한 악플과 루머가 뒤따른 것이다. 방송에 출연한 이후 각 출연자들의 SNS나 사생활 등 각종 신상이 털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나는 솔로' 9기에서 영숙으로 출연했던 비연예인 출연자의 악플러 고소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방송 당시 다른 출연자들과 삼각 로맨스를 그리며 큰 화제를 모았던 영숙은 최종 선택에서 커플 매칭에 성공했으나 9기 방송 종료 이후에도 끊임없는 태도 논란에 시달렸다. 일부 시청자들은 그가 방송 중 보인 태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SNS까지 찾아가 무분별한 악플을 남겼고, 이후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도 끊임없는 태도 논란을 양산했다.
라이브 방송 이후 불거진 태도 논란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심경을 밝혔던 해당 출연자는 계속되는 악플과 루머 양산에 끝내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비방 모욕 등과 관련해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 고발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나는 솔로'를 언급했지만, '돌싱글즈2' '환승연애2' 출연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얼리티'라는 이름 하에 날 것의 감정들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되며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대중의 뭇매를 정면으로 맞는 사례가 비일비재해진 것이다.
물론 비연예인으로서 대중에게 노출되는 방송에 출연하기 전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 테지만, 몰아치는 여론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비연예인에게 이같은 상황은 상당히 가혹하다. 문제는 비연예인 출연 리얼리티 예능의 인기 속 무분별한 악플과 루머 등에 시달리는 출연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깊어지는 고민, 대안 마련이 시급할 때
날로 문제는 심화되고 있지만 정작 비연예인 출연자들을 보호할 방책은 뚜렷하지 않다. 골치 아픈 상황이다.
최근 '환승연애2' 제작진은 출연진과 관련한 악플 등에 대해 "최근 일반인 출연진을 향한 무분별한 조롱, 과도한 비방과 인신공격성 DM, 사생활 및 개인적인 신상 침해가 지속적으로 심각해져 출연진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단과 자제를 당부한다"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참여해 준 출연진 보호를 위해 부득이한 경우 강력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 시즌 당시에도 똑같은 입장문이 공개됐지만 실질적인 법적 대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역시 '권고'에 가까운 공지로 풀이된다.
'나는 솔로'의 경우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실명 대신 프로그램 내에서만 사용하는 가명을 사용하는 등 여러 장치를 마련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에는 의문을 남긴다. 각 기수의 첫 방송만 끝나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출연자들의 신상 정보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제작진들 역시 프로그램 방송 기간 동안 출연자들에게 SNS 활동 잠정 중단 권고, 프로그램 실시간 댓글창 폐쇄 등의 방침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종영한 이후에도 악플이 쏟아지는 현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 역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결국 아직까지 문제만 존재할 뿐, 문제에 대한 대안은 없는 상황인 셈이다. 방송 중엔 보다 적극적인 제작진의 보호가 이루어져야 할 것은 분명하지만, 비연예인 출연자라는 특성 상 방송 이후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대처까지 제작진이 포용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 방송 이후의 사태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자세 변화 역시 요구된다. 방송을 통해 바라보는 출연자들이 낯선 환경에 처음으로 노출된 비연예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고 과몰입보다는 출연자들을 보다 너그럽게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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