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땅 줄게 빚 좀 깎아줘"...라오스, 중국 경제 속국 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땅 줄게 빚 좀 깎아줘"...라오스, 중국 경제 속국 되나

입력
2022.09.07 15:30
수정
2022.09.07 15:32
0 0

물가·환율 급상승, 외환보유고도 바닥
'채무상환' 고리로 라오스 잠식하는 중국
한국 기업, 라오스 진출에도 장벽

라오스 화폐 킵. 라오티안타임스 캡처

라오스 화폐 킵. 라오티안타임스 캡처

동남아의 최빈국 라오스가 중국의 경제 속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라오스 땅·이권과 바꾸며 겨우 버티고 있지만, 언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중국도 싫지 않은 분위기다. 경제문제를 고리로 라오스를 확실히 발아래 둔다면,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 30%… "외채 청구액 평균보다 외환보유고 낮아"

지난달 물가 상승에 신음하는 라오스 시민들이 휘발유를 주유하기 위해 태국 농카이 지방과 이어진 '우정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라오티안타임스 캡처

지난달 물가 상승에 신음하는 라오스 시민들이 휘발유를 주유하기 위해 태국 농카이 지방과 이어진 '우정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라오티안타임스 캡처

7일 라오스 통계청과 라오티안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라오스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0%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2.5%포인트 오른 것으로, 라오스 건국 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물가 상승은 가격이 전년 대비 107.1% 급등한 휘발유 등 에너지류가 이끌고 있다. 자연히 물류비용도 51.7% 올랐으며,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도 평균 20.5% 상승했다.

환율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1년 전 라오스의 미국 달러 환율은 9,400킵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날 기준 라오스 상업은행 발표 공식환율은 1만5,000킵이며, 시중 환전소 환율은 1만9,000킵까지 올랐다. 라오스 화폐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무역수지도 최악이다. 올해 들어 라오스는 매달 국내총생산(GDP·188억 달러)의 10%가량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가채무 문제는 라오스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라오스가 정확한 수치를 숨기고 있지만, 세계은행(WB)은 라오스의 국가부채를 GDP의 최소 88%, 최대 120%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중국에 대한 부채액은 드러난 것만 122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GDP의 64.8%에 달하는 대중국 부채는 현재 진행 중인 라오스 철도 건설사업(부채 35억 달러)과 같이 향후 그 액수가 계속 증가하는 구조로 돼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연말 기준 12억6,000만 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라오스가 2025년까지 갚아야 할 연평균 외채 청구액은 13억 달러에 달한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라오스가 스리랑카에 이어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전망도 비슷하다. 무디스는 지난 6월 라오스의 국가신용등급을 '디폴트 선언 가능국'을 의미하는 Caa3로 하향 조정했다.

"살려만 달라" 라오스, 땅·이권 잠식하는 中

지난 2015년 라오스 국경절 기념행사가 열린 라오스 국립경기장의 모습. 해당 경기장은 2009년 중국 차관으로 지어진 곳으로, 라오스는 이후 그 대가로 대규모 땅을 중국에 넘겨준 바 있다. 사운드저널 캡처

지난 2015년 라오스 국경절 기념행사가 열린 라오스 국립경기장의 모습. 해당 경기장은 2009년 중국 차관으로 지어진 곳으로, 라오스는 이후 그 대가로 대규모 땅을 중국에 넘겨준 바 있다. 사운드저널 캡처

막다른 코너에 몰린 라오스는 결국 중국에 'SOS'를 쳤다. 중국은 기꺼이 화답했다. 스리랑카의 채무상환기간 연장을 거부했던 중국은 라오스엔 지난 2년 동안 총 8억 달러의 부채를 탕감하는 결정을 내렸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제레미 주크 라오스 국가평가국 분석가는 "최근 중국과 라오스 사이에 채무 재조정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주요 방식은 중국 부채를 라오스 땅과 이권으로 바꾸는 형태"라고 밝혔다.

라오스 진출 7년 차인 한국의 A건설사 대표는 "수도 비엔티안만 가도 중국인 수가 현지인의 3분의 1에 달하고 중앙 지하철역사 등 주요 인프라도 모두 중국 자본의 소유로 변했다"며 "라오스 내 산업단지 상당수가 중국에 무상 불허되고 있는 등 라오스의 중국 경제 속국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라오스의 급격한 변화는 현지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도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비엔티안 무역관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일부가 영업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며 "라오스 신규 투자를 계획한 한국 기업은 실행 전 반드시 현지 바이어의 결제 역량 등을 충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재호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