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는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고
판매자는 필요 없는 선물 처분해 현금화
홍삼 등 건강식품 거래는 불법이니 유의
시민들이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추석선물 세트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회사원 박모(28)씨는 지난 주말 5만5,000원을 손에 넣었다. 회사와 지인에게서 추석 선물로 받은 참치와 햄 세트를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덕이다. 박씨는 8일 “올해 설에 받은 참치 통조림도 잘 먹지 않아 아직 남아 있다”며 “요즘 점심값도 올랐는데, 거래 대금으로 한 끼라도 내 맘에 드는 메뉴를 편히 사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박씨처럼 선물세트 되팔기로 ‘짠테크(짠돌이+재테크)’를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5, 6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서울 당산동을 거래 지역으로 설정한 뒤 ‘추석 선물’을 검색한 결과, 259개의 판매글이 올라와 있었다. 대표적 명절 선물인 통조림ㆍ햄 세트, 식품은 물론 화장품, 샴푸 같은 생활용품까지 품목은 다양했다. 한우나 홍삼 등 상대적으로 고가의 선물을 판다는 글도 더러 눈에 띄었다.
선물세트 중고거래를 해본 이들은 “판매자ㆍ구매자 모두 고물가 시대에 이득을 보는 ‘윈윈’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매자는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선물세트를 살 수 있고, 판매자는 필요 없는 물건을 현금화해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샴푸 선물세트를 판매한 김모(41)씨는 “세일할 때 대량으로 사 둔 샴푸들이 집에 많아 중고 사이트에 올렸다”며 “쓰지도 않고 쟁여두느니 좀 싸게 팔아도 한 푼이라도 버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댁과 친정에 가져갈 선물로 식용유ㆍ참치 세트를 구매한 주부 김모(44)씨는 “인터넷 최저가보다 싸고, 식품이긴 해도 기름이나 통조림은 유통기한이 길어 구매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참치와 햄 등이 포함된 A사 선물세트 인터넷 최저가는 3만8,000원 정도지만, 당근마켓에선 2만7,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다만 홍삼 등 일부 품목은 중고거래가 불허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당근마켓 측은 “명절 선물 중 홍삼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관련 법상 개인 간 거래가 금지돼 있는 만큼 이용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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