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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 법제화 눈 앞 납품대금 연동제...중소기업들 제값 받는 날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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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 법제화 눈 앞 납품대금 연동제...중소기업들 제값 받는 날 오나

입력
2022.09.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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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때 법제화 반대 부딪혀 '조정협의제'로 우회
14년 만에 법제화 논의 급물살...시범 사업 시작
"시간 걸려도 대기업-중소기업 합의점 찾을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연초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원자잿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곡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계약 때 예상할 수 없었던 원자잿값 인상 부담을 중소기업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한 중소기업 대표는 "그러잖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데 원자잿값 인상까지 덮치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원자잿값이 크게 오르면 이를 납품대금에 반영해 중소기업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제도인데요. 7월 꾸려진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안건에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가 오르면서 14년 만에 법제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엔 공정 거래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까요.



14년 전, 법제화 대신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도입

2008년 1월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형오 부위원장이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업자원부 및 중소기업청, 특허청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1월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형오 부위원장이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업자원부 및 중소기업청, 특허청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납품단가 연동제가 국내에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건 지금처럼 원자잿값이 폭등했던 2008년입니다. 당시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자잿값이 들썩였는데요.

치솟는 원자잿값에 중소기업들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자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은 2008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원자재 가격-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내건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공약 이행 방안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중소기업청장은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제화하기보다 '표준약정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연동제가 도입되면 사적 계약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며 법제화를 반대했습니다. 결국 납품단가 연동제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형태로 도입됐는데요. 물가 변동으로 공급 원가가 달라지면 중소기업중앙회가 수탁 기업을 대신해 위탁 기업과 납품 대금 조정 협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납품단가 연동, 해외서는 자연스러운 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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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단가 조정협의제의 실효성에 대해선 제도 도입 때부터 논란이 일었는데요.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교섭력 차이가 큰 데다 하도급 업체가 직접 원자잿값 상승을 입증하고, 조정 협의 대상 요건이 됨을 확인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구 조건을 충족시켜 협의에 들어간다 해도 성사시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제도인 셈인데요. 아예 법으로 못 박아 정당한 납품 대금을 보장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우리나라에서만 주장하는 특별한 제도도 아니라고 해요. 해외에도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 조정제도가 있습니다. ①미국에서는 물가 변동 즉시 계약대금 조정을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증권거래위원회에서 보급하고, 노동통계청이 가격조정 조항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구요. ②독일도 계약을 맺은 후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③호주에서는 정부가 가격 연동 조항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영 "14년의 두드림, 이제는 답할 때"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에 관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에 관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중소기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되찾고, 자생력 갖게 하려면 각종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납품단가 연동제를 통한 정당한 대가 받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지금처럼 원자잿값 인상 부담을 중소기업 혼자 짊어지게 해서는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삼중고에서 벗어나기는커녕 그대로 폭삭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정부도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표준 특별약정서를 공개한데 이어 이번달부터는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데요. 표준 특별약정서에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을 미리 협의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하는지 등이 세세하게 담겨있습니다. 시범 사업에는 위탁기업 41개사와 수탁기업 294개사 등 총 335개사가 참여하는데요. 이들은 중기부가 마련한 특별약정서로 서로 납품대금 연동약정을 자율 체결하게 됩니다.

시범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법제화 절차도 동시에 진행할 방침인데요. 다만 이영 중기부 장관이 "14년의 두드림에 이제는 답할 때"라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론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점을 찾고 공감을 이루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 소통이 중요한 만큼 실질적 법제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해요.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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