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 지음 <안녕을 위하여>
갑작스레 들이닥친 팬데믹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일상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함께 다가온 공포와 불안, 상실, 죽음 등은 언제든 내가 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일상의 의미를 고민할 틈도 없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하는 상황도 겪어야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기에서 우리에겐 위로가 필요했고 불안을 잠재워야만 했다.
이승연 작가가 내놓은 신작 '안녕을 위하여'는 팬데믹 상황에서 무시로 찾아오는 감정을 영화를 통해 이해를 넓혀가려는 시도다. 영화가 오락이 아닌 일종의 이정표로 기능하길 바라며 꾸준히 영화 이야기를 해온 작가는 영화야말로 다양한 감정과 사람, 세상을 알게 하는 매개체라고 본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온기를, 사유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질문을, 재미가 절실한 사람에게는 웃음을, 일침을 요하는 사람에게는 죽비를 건네듯, 영화가 모두에게 삶을 지탱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책은 상실과 이별, 생존과 일상, 인간과 연대, 사람과 사랑이라는 4가지 주제로 나눠 스무 편의 영화와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들은 생존 유대인이자 '살아남은 자의 아픔'의 작가 프리모 레비와 영화 '프란츠'의 주인공 안나를 보며 진정한 공포는 살아남은 이후의 생존이라는 점을 고민하고 '러브레터'의 히로코를 보며 상실의 감정을 살아갈 용기로 치환해낼 수 있다. 영화 '소공녀'의 미소와 '노랑의 미로'의 동자동 주민들을 보며 주변에 소외된 이들이 없는지 살피고 보듬어볼 여유도 얻게 된다. 이를 통해 책 제목 그대로 과거의 고통과 작별하고 내일의 평안을 소망하자는 필자의 의도에 다가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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