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전실 해체 후 컨트롤타워 부재
"대형 M&A 등 주도할 구심점 복원해야"
"시민사회 납득할 부작용 방지책 필요" 지적도
삼성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59개 계열사로 구성된 그룹이다. 하지만 '그룹'이라 부르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 지분 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집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조직이 따로 없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미래전략실이 공식 해체됐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은 '삼성그룹’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겠다며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후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5년 만에 다시 복원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국정농단 사태 연루되며 '참모 조직' 명맥 끊겨
삼성은 과거부터 지주회사 체제 대신 총수를 보좌하는 참모 조직을 통해 그룹 경영을 해 왔다.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로 시작해 구조조정본부(1998∼2006), 전략기획실(2006∼2008)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2010년부터는 미래전략실이 역할을 대신했다. 이건희 회장 '신경영' 밑그림을 그리고 삼성자동차 매각이나 한화에 방산·석유화학 부문 계열사를 넘긴 '빅딜' 같은 주요 의사결정이 모두 이 조직을 통해 이뤄졌다. 과거 비서실 시절에 스무 명에 불과했던 인원이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당시엔 250명이 넘었을 정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전략실이 삼성과 정치권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만들어진 부서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형식의 임시 조직으로 역할이나 위상이 크게 줄었다. 현재 가동 중인 TF는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이다.
계열사 59개인데...'컨트롤타워 역할론' 부상
삼성그룹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재계 안팎에서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59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올해 예상 매출액이 4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에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는 조직이 없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 금융, 건설, 바이오까지 광범위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분야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키거나 전략적 선택을 하는 등 그룹 전체를 바라보고 의사 결정을 하는 구심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뒤 대형 인수합병(M&A)의 명맥이 끊긴 상태다. 반도체 등 핵심 사업 부문에서 '빅딜'에 나서겠다고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키려면 시민 사회가 납득할 만한 명분과 부작용을 막을 방안을 함께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은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에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무리한 판단이나 불법행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의 의사 결정을 내리되 이에 따른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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