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경미하고 공공 이익 인정돼"
범죄 전력이 담긴 판결문을 당사자 동의 없이 보도한 언론사와 판결문을 열람하도록 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연합뉴스와 소속 기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2년 경북의 한 지자체에 자신이 좋아하는 남성과의 혼인신고서를 남성 동의 없이 몰래 제출했다. A씨는 이후 공전자기록 등 부실기재 및 기록행사 혐의로 기소된 뒤 2013년 10월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을 확정받았다. 연합뉴스는 A씨의 항소심 판단 직후 전주지법 공보판사를 통해 익명처리된 판결문을 열람하고 기사를 작성했다.
A씨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 사전 동의 없이 보도한 행위로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연합뉴스와 소속 기자, 대한민국에 3억7,500만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익명처리된 누군가의 범행 전력이 담긴 판결문을 보도한 언론사와 이를 열람하도록 한 공보판사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심리했다. '확정 판결서 등 열람·복사에 관한 규칙'은 법원에 확정된 형사사건 판결문을 익명처리한 뒤 일반인에게 열람 및 복사할 수 있도록 한다.
1·2심은 법원의 판결문 공개와 보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언론사와 법원 모두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판결문 열람 및 보도 행위를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A씨의 개인정보 침해 수준은 경미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기사의) '좋아하는 관계에 있더라도 상대방의 동의 없는 혼인신고는 형사처벌 된다'는 내용은 형사처벌과 관련된 국민의 알권리 및 범죄 예방 등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판결문을 열람하도록 한 공보판사에 대해서도 "판결문 공개는 '재판 보도'와 관련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침해될 수 있는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의 이익에 비춰 그 이익이 부족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기자가 열람한 판결문이 익명처리되지 않았더라도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부당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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