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말고 경제@추석 밥상]
15일 대출금리 연동 코픽스 발표
은행들 수신금리 올리며 또 오를 듯
금리인하 요구·고정금리 전환 고려해야
편집자주
정치가 혼란스럽습니다. 추석 명절, 오랜만에 만나는 친인척과의 대화 주제로 여야 갈등과 혼돈을 올리긴 아무래도 불편하겠죠. 생활과 밀접한 경제 문제를 추석 밥상에 올리면 어떨까요. 금융과 예산, 부동산까지 실생활에 유용한 경제 현안을 골라 쉽고 재미있게 풀어봅니다.
2.62~4.19% → 4.09~6.33%
지난 1년간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 추이입니다. 왼쪽은 지난해 8월 말, 오른쪽은 6일 금리인데 금리 상하단이 각각 2%포인트 가까이 뛰었네요. 5억 원 주담대를 받은 사람은 이자만 월 60만 원(110만 원→170만 원) 늘었다는 계산(금리 하단 기준)이 나와요.
금리 인상기, 당신의 빚은 안녕하신가요. 저 역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2.4%포인트 뛰면서 이자가 월 40만 원 더 붙었어요. 제 친구는 월 32만 원 더 불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인들을 만나면 "누가누가 더 불었나" 눈물의 '빚 배틀'이 벌어지는데요. 곡소리는 친척들이 모이는 추석 고향집에서도 이어졌어요.
금리가 오르는 이유
금리가 왜 오르냐고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7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2%포인트나 올렸어요. 특히 올해 오름폭이 굉장히 가팔랐어요. 4월부터 8월까지 사상 처음 네 번 연속 금리를 올렸거든요. 그중 7월은 한 번에 0.5%포인트나 올렸어요.(일명 '빅스텝')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 빚 부담이 늘어나는 걸 걱정해요. 하지만 ①물가를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에요. 올 들어 7개월 연속 물가가 상승했고, 7월 물가는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6.3%를 기록했어요. 한은은 당분간 5, 6%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봐요.
한은 같은 중앙은행들은 물가 안정책으로 금리를 올려요. 돈을 구하는 비용(대출 이자)이 늘면 그만큼 덜 쓸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에요. 지갑을 닫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물가가 떨어질 거라 예상하고요.
②미국이 2번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것도 부담이에요. 금리 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도 부지런히 따라잡아야 하거든요. 돈은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곳으로 몰리기 때문에,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요. 원화의 가치도 더 낮아지고요. 원홧값은 달러당 1,380원을 돌파하며 이미 2009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반드시 자본이 유출되거나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어요. 하지만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그것이 우리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계했죠. 그래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하겠다"고 했어요.
현재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2.5%로 같아요.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최근 고강도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우리도 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미국은 이달 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요. 7일 현재 미국이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확률은 72%, 빅스텝 확률은 28%(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예요.
용어 노트(1)
● 베이비스텝(Baby Step): 기준금리 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 금리 인상 기본 폭
● 빅스텝(Big Step): 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 자이언트스텝(Giant Step): 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 울트라스텝(Ultra Step): 기준금리 한 번에 1%포인트 인상
● 점보스텝(Jumbo Step): 두 차례 이상 연속 빅스텝
● bp(Basis Point): 이자 오름폭을 bp로도 표현한다. 100bp는 1%포인트. 즉 "금리를 25bp 올렸다"는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와 같은 말이다.
금리, 추석 이후 또 올라요
③시중은행들이 예·적금(수신) 금리를 올리는 게 '대출금리 상승'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해요. 자금을 끌어오는 비용이 늘어난 만큼 대출 금리로 회수하기 때문이에요.
이걸 반영한 게 코픽스(COFIX)라 불리는 자금조달비용지수예요. 8개 은행의 예·적금 등 8개 수신상품 금리를 가중평균한 건데요. 보통 코픽스가 오르는 만큼 대출금리도 올라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0.4%포인트 올랐다면 다음 날 주담대 변동금리가 0.4%포인트 오르는 식이에요.
전국은행연합회는 매달 15일 전월 코픽스를 새로 발표해요. 8월 코픽스는 추석 다음 주 목요일에 나오는데, 이번에도 코픽스는 오를 것으로 예상돼요. 지난달 25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자마자 은행들이 각각 예·적금 금리를 올린다고 발표했거든요. 한 번에 0.4%포인트, 0.5%포인트나 인상한 상품들도 있어서, 이번에도 코픽스 상승폭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앞서 코픽스는 6, 7월 2회 연속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어요.
용어 노트(2)
● 코픽스: 자금조달비용지수. 8개 은행의 8개 수신상품 금액과 금리를 가중평균해 구한다. 보통 코픽스 상승·하락분은 다음 날 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한 달 동안 새로 취급한 수신상품 금액의 가중평균금리. 보통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연동된다.
○ 잔액 기준 코픽스: 월말 보유하고 있는 수신상품 잔액의 가중평균금리
○ 신(新)잔액 기준 코픽스: 8개 수신상품에 기타 예수금, 기타 차입금, 결제성자금 등을 추가로 포함, 월말 보유하고 있는 자금 잔액의 가중평균금리
천장 뚫은 금리, 끌어내릴 순 없을까
천장을 뚫고 오르는 금리, 멱살 잡아 끌어내릴 순 없지만 조금 깎을 수 있는 방법은 있어요. 대출받은 후 취업 또는 승진을 해서 소득이 증가했거나 신용등급이 개선된 분들은 ①금리인하요구권을 써 보세요. 신청방법은 은행마다 다른데요.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곳도 있고, 모바일 신청이 가능한 곳도 있어요. 저축은행·카드사·보험사 등 제2 금융권 고객들도 신청할 수 있어요.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자는 ②고정금리('우대형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만기에 따라 3.8~4% 고정금리(연 소득 6,000만 원 이하 청년 대출자는 3.7~3.9%)를 받을 수 있어요. 시세 4억 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8월 17일 이전에 대출을 받았고, 부부 합산 연 소득이 7,000만 원 이하라면 신청할 수 있어요.
15일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홈페이지(https://ansim.hf.go.kr/index.html#) 또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각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어요. 6대 은행 외 다른 은행에서 대출받은 분들은 주금공 홈페이지를 이용하시면 돼요. 각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 여부도 확인할 수 있으니 추석 연휴 기간 미리 검색해 보세요.
③'대출 다이어트'도 한 방법이겠죠. 실제 "갚을 수 있는 돈은 먼저 갚자"는 사람들이 늘면서 신용대출이 계속 줄고 있어요.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7%에 근접하자 상반기 신용대출 잔액은 16조 원 감소했어요.
용어 노트(3)
● 금리인하요구권: 신용상태가 개선된 경우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대출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여신전문금융업법 제50조의 13에 명시돼 있다. 2019년 6월부터 법제화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각 은행의 금리인하권 수용률을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https://portal.kfb.or.kr/compare/loan_reduce.php)에 공시하고 있다. 공시 주기는 6개월이다.
물가가 오르는 3가지 이유
앞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가 물가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죠.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도 같아요. 미국 7월 물가 상승률이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 수준인 9.1%를 기록했거든요. 유럽도 8월 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고인 9.1%에 이르렀어요.
물가는 도대체 왜 오르는 걸까요. 원인 3가지를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할게요. 경제·국제 기사를 보실 때 이 3가지를 유심히 보시면 물가 향방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등 서방은 3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기로 결정했어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전 세계가 에너지 가격 상승의 대가를 치르고 있죠. 러시아가 보복성으로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대체재인 원유 가격이 재차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나와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버리면서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방문해 원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태예요. 우크라이나가 세계 3대 곡창지대인 탓에 '애그플레이션'도 발생했어요. 애그플레이션은 곡물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을 이끄는 현상입니다.
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 2년 동안 경기 회복을 위해 시중에 많은 돈을 풀었어요. 보통 손에 쥔 돈이 많을수록 소비가 늘고 물가도 올라요.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보복소비')한 것도 물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예요.
③ 기후 위기: 폭염에 이어 8월 초 쏟아진 집중 호우로 한때 물가 상승률이 7%에 근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어요. 다행히 8월 물가 상승률은 5%대로 한풀 꺾였지만요. 날씨가 채솟값과 직결되고, 채솟값 상승은 외식 물가를 밀어올린다는 점에서 폭염·폭우로 인한 물가 상승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요.
용어 노트(4)
●애그플레이션: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기후 위기로 인한 생산 감소, 육류 소비 증가에 따른 사료용 곡물 수요 증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경작지 감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복소비: 질병이나 재난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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