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월간 칩거한 시진핑
당대회 코앞서 출국 배경은
32개월 동안 국경을 넘지 않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중순 카자스흐탄·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다. 자신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10월 16일)를 한 달 앞둔 중대 시점에 베이징을 비우기로 한 것이다. 장기 집권 준비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외무부는 시 주석의 14일 방문 계획을 공개했다. 시 주석은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리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할 것이라고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밝혔다. 시 주석의 동선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중국 정부 대신 양국 정부가 스피커 역할을 한 것이다.
"이변은 없다"...안정적 권력 연장 시그널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020년 1월 이후 2년 8개월 동안 중국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다. 중국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발맞추는 동시에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적 칩거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확 꺾이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 방문을 결정한 것은 10월 당대회와 무관치 않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교수는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시 주석의 결정은 자신의 자리에 대한 확고한 표현"이라며 "시 주석의 3연임이 도전받을 수 있다는 중국 일각의 관측을 불식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5년 주기로 당대회를 열어 최고권력의 이양 또는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데, 매번 암투설이 나돌았다. 최근 중국 권부 2인자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경제 분야에서의 발언이 잦아지는 것에 주목하며 "3연임에 변수가 생긴 게 아니냐"고 보는 외부의 시선도 있었다. 시 주석의 자신만만한 출국 결정은 이 같은 회의론에 쐐기를 박을 전망이다.
우방국 축복 속 3연임 제스처
시 주석이 참석할 SCO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이 참여하는 경제·안보 협력체로, 대체로 중국의 우방국들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해 중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당대회를 앞두고 우방국 지도자들이 시 주석의 3연임을 지지해주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순방 외교 재개에 따라 한국 방문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 주석의 방한이 추진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불발됐다. 중국 정부는 그간 "한국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시 주석이 방문할 최우선 국가"라는 입장을 한국에 전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 오는 15~17일 방한한다. 방한 기간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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