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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위험하다…유해 정보 지워도 쏟아지는 이곳 [마음청소]

입력
2022.09.08 12:00
수정
2023.08.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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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①
SNS 속 극단선택 유발정보 모니터링해보니

편집자주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은 현대인의 숙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엔 우울증세를 보인 한국인이 36.8%에 달하는 등 '코로나 블루'까지 더해졌죠. 마찬가지로 우울 에피소드를 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 기자가 살핀 마음 돌봄 이야기를 전합니다. 연재 구독, 혹은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취재, 체험, 르포, 인터뷰를 빠짐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자살예방 캠페인 '같생(같이 살자) 서포터스 박람회'를 찾은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자살예방 캠페인 '같생(같이 살자) 서포터스 박람회'를 찾은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10일은 자살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2003년 제정했으며, 한국도 지난 2011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정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여전히 우리나라 인구의 사망원인 순위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다. 10~30대에서는 사망원인 순위 1위이고, 40대와 50대는 2위로 높은 편이다.

"잠수 안 타고 (생각이) 확고하신 분들만 연락 주세요."

1일부터 약 일주일간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샅샅이 뒤졌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주관하는 미디어 극단선택 정보 모니터링단 '지켜줌인' 활동 때문이다. '지켜줌인'은 온라인 속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극단선택 유발·유해정보를 모니터링, 조기에 차단하는 온라인 생명존중 문화조성 활동의 일환이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하 자살예방법)에 따르면, 자살을 적극적으로 부추기거나 자살행위를 돕는 데 활용되는 정보인 '자살유발정보'를 유통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2년 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살해 후 자살할 이 모집 △구체적인 자살 방법 △자살 실행 및 유도를 담은 문서·사진·동영상 △자살을 위한 물건의 판매·활용 정보 △그 밖의 명백한 자살 유발 목적 정보 등이 이에 속한다.

다만 △자살을 미화·희화화하는 정보 △자해 사진·동영상 정보 △자살(자해)에 대한 막연한 감정을 표현하는 정보는 '자살유해정보'로, 법적 처벌대상은 아니다.

교육 중 "긴급구조대상자는 경찰(112)에 신고할 수 있다"는 내용도 나왔다. △살해 후 자살할 이를 모집한 사람 △자살 위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구매의사를 표현한 사람은 '긴급구조대상자'에 해당한다.

아울러 지난달 4일부터 극단선택 시도자 등 고위험군을 발견할 경우 당사자의 동의가 없어도 경찰이나 소방이 자살예방센터로 이들을 연계시킬 수 있게 됐다.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 개입으로 사망 위험을 낮추고자 한 것이다.

노출 제한·비공개에도 쏟아지는 관련 게시물

SNS상에서 극단선택 유발·유해정보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6월 7일부터 20일까지 '집중 클리닝' 사업을 통해 신고받은 극단선택 유발·유해정보 4만1,505건 중 97.3%가 SNS에서 발견됐다"고 지난달 밝혔다.

인터넷 검색창에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불과 당일 올라온 게시글도 적지 않다. '자해계', '자X계', '우울계(우울한 계정)' 등 자신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계정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비공개 계정이었다. 심지어 "자해계 아니면 '맞팔(친구맺기)' 안 받는다"는 소개글도 많았다.

인스타그램은 자극·폭력적 내용이 담긴 게시글에는 "민감한 콘텐츠"라는 경고글을 통해 노출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니,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게시물을 여전히 볼 수 있었다.

비공개 계정의 경우는 계정의 URL을 복사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보고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인스타그램의 신고 기능을 이용해 계정을 신고하자, "최대한 빠르게 지원 요청 후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알림을 보내겠다"는 문구가 떴다.



주의 문구·예방 안내문 있지만…

극단선택 유발정보 모니터링 활동 중 기자가 트위터 속 유해 게시글을 신고하자 뜬 화면. 트위터 캡처

극단선택 유발정보 모니터링 활동 중 기자가 트위터 속 유해 게시글을 신고하자 뜬 화면.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신고 접수와 처리가 제대로 됐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알림이 오지 않아 직접 재검색을 하니 여전히 유해 게시물은 남아 있었다. 심지어 "3월 5일에 신고한 유해 게시물이 검토돼 삭제됐다"는 보고 알림이 신고한 지 26주가 지난 7일 날아왔다.

트위터의 경우 게시물의 공개 범위가 제한되지 않아 검색어 노출이 쉽게 이뤄진다. 실제로 2020년 보건복지부, 경찰청,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국민 참여 극단선택 유발정보 집중 클리닝 활동'을 진행한 결과 SNS 중 관련 게시물이 가장 많은 곳은 트위터(92.3%)였다. 이 외엔 인스타그램(6.4%), 페이스북(0.2%) 순이었다.

물론 플랫폼 측에선 주의 문구를 통해 위험성을 알리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극단선택 관련 콘텐츠를 올린 이를 돕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보내기도 한다. 안내에는 △경고 신호 찾기 △공감하며 들어주기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물어보기 △위험 요소 없애기 등이 제시됐다.

트위터에서는 한국생명의전화 등으로 직접 연결 가능한 안내문을 보여줬다. 하지만 스크롤을 내리니 24시간도 경과하지 않은 모집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접근을 차단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는 "연락이 잘 되는 분만 메시지를 달라"고 하거나, "취소할 거면 연락하지 말라"고 하는 등 강경한 모습이었다.

이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측은 "자원봉사자들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검토 후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게시글은 재단 차원에서 서비스 사업자에 한 번 더 신고를 한다"며 "서비스 사업자의 협조로 삭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용수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슬로건(사람을 더하세요)의 의미를 담은 공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무용수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슬로건(사람을 더하세요)의 의미를 담은 공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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