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의회 4차 회의 끝으로 마무리
"정부 예산 활용한 대위변제 부적절"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민관협의회가 5일 “정부 예산을 활용한 대위변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하고 이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대신 정부가 아닌 재단이나 단체가 전범기업의 채무를 인수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재단을 통한 대위변제’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일본 전범기업들은 2018년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에도 그 이행을 4년째 거부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조현동 1차관 주재로 경제 법률 등 학계와 언론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협의회 4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논의했다. 한 달 만에 열린 이날 회의에는 3차 때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측 대리인은 불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참석자들이 한날 한시에 모이는 방식의 민관협의회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피해자 측과는 지속적으로 의사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7월 4일 출범한 민관협의회는 이날 4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더는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외교부는 그간의 민관협의회 논의 내용을 수렴해 정부안을 마련, 일본 측과 교섭할 계획이다.
마지막 회의였던 만큼 전과 달리 정부안에 대한 비교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우선 “국가 예산을 투입해 대위변제하는 건 안 된다”고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이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해졌다. 단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철주금 등 전범기업의 참여를 의무로 못 박진 않았다.
이날 회의에선 정부 대신 신설된 재단이나 기존의 재단이 전범기업의 채무를 인수한 뒤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하고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외교부 당국자는 “채권자(피해자)의 동의를 전제하지 않는 선에서 채무를 이행하는 방안도 논의됐다”며 “제3자가 채무를 인수하는 경우 채권자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것이 판례”라고 말했다. 피해자들 동의가 없어도 재단이 전범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정부안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과 교섭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기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긴장감을 갖고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쓰비시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 명령’이 적법한지를 판단할 재판부의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이 지난 2일 퇴임하면서 해당 심리는 장기화 국면을 맞게 됐다. 다만 대법원이 2018년 11월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린 만큼, 같은 사건을 놓고 판결 이행을 거부하는 미쓰비시 손을 들어주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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