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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앞지른 인도의 어두운 그림자 '산업재해'...노동법 개혁은 더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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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앞지른 인도의 어두운 그림자 '산업재해'...노동법 개혁은 더 후퇴

입력
2022.09.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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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할수록 늘어나는 산업재해
보호 장치 미비에 사업주 처벌도 솜방망이
노동법 개혁 오히려 더 후퇴..."경제 발전에만 관심"

지난 5월 13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 위치한 4층짜리 전자제품 제조공장이 화재로 불에 탄 모습. AFP

지난 5월 13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 위치한 4층짜리 전자제품 제조공장이 화재로 불에 탄 모습. AFP

#지난 5월 인도 수도 뉴델리에 위치한 4층짜리 전자제품 제조공장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27명이 사망했다. 사업주가 화재 예방시설 설치 등 안전 관련 증명서를 받지 않고 건물을 공장으로 불법 개조해 사용한 탓이었다.

#지난달에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앗치우타푸람 지역의 의류 공장에서 유독 가스가 누출돼 생산직 라인 여성 87명이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갔다. 인도에서 노동자들이 가스에 노출돼 사상자가 발생한 건 올해 들어서만 3번째다.

향후 10년 안에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에 오를 걸로 전망되는 인도에서 ‘산업재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처음으로 영국을 앞지르며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5년 동안 인도 산업 현장에서 6,500명 사망

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인도 정부의 통계를 인용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인도 내 공장과 항구, 광산, 건설 등의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최소 6,5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인도 산업 현장에서 하루에 4명꼴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 제조업 노동조합의 연합단체인 인더스트리올은 “인도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은 분야는 제조와 화학, 건설”이라며 “산업재해 사고가 보고되거나 기록되지 않는 게 많아 사망자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에서 산업재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데는 법적 책임과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미비하여서다. 실제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업주들은 대부분 보석금을 내고 금방 풀려나지만, 피해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도 합판공장 노동자인 상지타 로이(50)는 “2019년 합판 절단기에 팔을 잃었지만 사업주한테서 보상을 받는 건 고사하고, 정부 지원금을 받는 데만도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BBC방송에서 한탄했다.

인도 정부는 산업재해로 장애인이 된 노동자 관련 데이터도 집계하지 않고 있다. 일하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다고 해도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노동자의 안전은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게 될 것"

인도 자르칸주 단바드 인근 한 저탄소에서 노동자들이 석탄 운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인도 자르칸주 단바드 인근 한 저탄소에서 노동자들이 석탄 운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현실이 이런데도 인도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노동법 개혁은 과거로 더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 인도 노동법에선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에 안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새롭게 바뀌는 노동법에선 250인 이상 사업장으로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이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 안전 규칙을 이행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던 기존 노동 담당관의 역할을 축소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부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경제 발전에만 초점을 맞춘 '무늬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도 노동 운동가인 시드헤슈워 프라사드 슈클라는 “새로운 노동법에선 사업주가 노동자의 안전을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노동자의 안전은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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