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이민정책, 활력회복·성장의 추진엔진으로 검토하자

입력
2022.09.06 04:30
14면
0 0

윤석열 정부, 이민청 신설 검토 본격화
총인구 중 5% 이상이면 다문화사회
일자리 갈등, 임금의 하향평준화 우려
반이민정서 고착화하고 사회갈등 야기
일본, 외노자 필요해 확대, 장기전략은 없어
언젠가 떠나보낼 외국인이라는 접근 안 돼
정교한 복지·노동·조세 등 후속정책 중요

편집자주

※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통계청 관계자가 7월 14일 2021년 국제인구이동통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체류기간 90일을 초과한 국제이동자는 88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34만7,000명이 감소(28.1%)했으며, 입국자에서 출국자를 뺀 국제순이동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6만6,000명이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뉴스1

통계청 관계자가 7월 14일 2021년 국제인구이동통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체류기간 90일을 초과한 국제이동자는 88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34만7,000명이 감소(28.1%)했으며, 입국자에서 출국자를 뺀 국제순이동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6만6,000명이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뉴스1

<42>이민효과 현실인정 ‘국부 지킬 불가피한 생존카드’

이민정책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윤석열 정부가 이민청 신설검토를 본격화한 후 찬반 양론은 뜨겁게 달궈진 형국이다. 이민인구의 존재·비중·역할이 커진 것도 한몫 한다. 이민증가에 따른 내국화된 국제분업의 안착구조다. 길게는 출산반등이 어렵다면 이민확대일 수밖에 없다는 선진국형 개국론까지 닿는다. 반면 역차별·범죄우려 등 사회갈등을 내세운 반대론도 만만찮다. 매국운운의 이적논쟁까지 비화한다. 그럼에도 이민은 돌이키기 힘들기에 질서정연한 연착륙은 시대요구에 가깝다. 머리를 맞대고 논의·타협해 이민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유리하도록 최선책을 찾을 때다.

외국인 급증사회 ‘시나브로 확연해진 다문화’

시대변화는 빠른 만큼 느끼기가 어렵다. 나무가 숲을 못 보는 것과 같다. 일례로 한국이 선진국이란 규정만큼 체감되지 못하는 게 다문화사회란 점이다. 단일민족을 넘어 전국 곳곳에 언어·국적·종교가 다른 외국인이 산다. 아예 특정지역·공간은 맞춤식 외인사회로 안착했다. 생산·소비 이상의 정주 인프라까지 다문화로 채색된 사례도 많다. 이민자는 체류외국인이다. 등록외국인(장·단기 체류자), 외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자, 불법체류자 등을 포함한다. 2021년 말 체류외국인은 196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253만 명보다 줄었다. 거리두기로 국제이동이 제한된 결과다. 그만큼 외국인 투입현장의 일손부족도 심하다. 시계열을 넓히면 추세는 달라진다. 2000년(49만 명), 2008년(116만 명), 2017년(218만 명) 등 확연한 증가세다. 거리두기 효과는 외생·돌발변수란 얘기다. 그래서 정상화되면 규모확대는 자연스럽다.


전체 인구 대비 체류외국인 추이. 법무부

전체 인구 대비 체류외국인 추이. 법무부


‘시민권=이민자’의 엄격한 개념 적용이 아닌 한 체류외국인은 경제활동이 전제된 사실상의 이민인구다. 통계별 이민인구는 3~4%대로 10%대를 웃도는 선진국보다 낮지만, 개방시점 대비 증가규모·유입속도는 남다르다. 총인구의 5%를 넘길 경우 다문화사회로 본다면 도달시점은 임박했다. 이쯤 되면 이민 화두는 소수 이슈를 넘어선다. 토대산업인 농산어촌과 건설현장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이들 없이 굴러가지 않을 정도다. 무엇보다 이민확대는 불가피한 조류다. 반발·견제에 힘입은 심리적인 지지보다 흡수·확대로 얻어낼 경제적인 효용이 실체적이다. 당장 매년 30만~40만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부족분을 메워 줄 즉각적인 벌충재료다. 절멸경고와 맞물린 출산율의 자유낙하를 보건대 내국민의 공급반전은 기대난이다. 자연감소에 맞서 국부창출에 나선 해외사례도 뒷받침한다. 2021년 총인구감소까지 시작된 한국으로선 활력 지속을 위해 선순위로 고려할 카드일 수밖에 없다. 단 대세론·정합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계최소·효용최대를 위한 공감확보가 먼저다.

감정·경제적 찬반 양론 속 접점모색 가속 단계

내국인만으로 국가가 돌아가면 이민정책은 필요 없다. 다만 한국은 일찌감치 해당 수준을 넘어섰다. 이민인구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힘든 촘촘해진 의존성으로 구조화됐다. 일손부족의 산업·지방현장은 고사 직전이다. 다원·포용주의 이상의 공리·실용주의를 향한 ‘쇄국론→개국론’의 방향 전환이 먹혀드는 배경이다. 즉각·실효적인 인구보강인 만큼 이민카드는 설득적이다. 단일민족을 의심하는 청년 중심의 가치변화도 상당하다. 인구대응을 연구한 <텅 빈 지구>란 책은 ‘지속발전=이민확대’가 결론이다. 인구위기에서 벗어난 국가의 차별적 공통분모로 인구수입(이민증가)을 강조한다. 초저출산의 망국한계를 ‘인구수입→자국민화’로 풀어낸 경우다. ‘이민=노동=생산=소비=세원’만 봐도 그렇다. 중국·러시아를 넘어선 미국의 패권 파워도 이민에 닿는다. ‘이민반대=자멸카드’가 상식인 캐나다의 수용적인 통합경험도 고무적이다. 매년 인구의 ±1%를 받아들이며 선진국병을 이겨냈다. 특정 배경의 제한적인 선택이민이 아닌 높은 개방수준과 이민자의 교육·기술조건 등 새로운 이민모델을 구축했다. ‘빈국→부국’의 이민 행렬은 사회·경제를 변화시키는 유력 파워다. 저출산국의 충격 완화를 위한 필수카드란 의미다.


7월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입국길이 막혔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들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E-9·고용허가제)는 1월 2,671명, 2월 2,341명, 3월 3,813명, 4월 4,867명, 5월 5,308명, 6월 6,208명, 7월에는 1만 명 이상의 외국인근로자가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스1

7월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입국길이 막혔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들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E-9·고용허가제)는 1월 2,671명, 2월 2,341명, 3월 3,813명, 4월 4,867명, 5월 5,308명, 6월 6,208명, 7월에는 1만 명 이상의 외국인근로자가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스1


찬성 근거만큼 반대 논리도 탄탄하고 마땅하다. 여론조사·국민정서도 여전히 반대가 찬성을 웃도는 모양새다. 단순한 단일민족론의 주술·환상만은 아니다. 고용경쟁·인권탄압·노동착취·범죄양산 등 불협화음도 구체적이다. 특히 비숙련·저임금 일자리를 둔 충돌격화가 내국민의 열등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많다. 빼앗긴 일자리에 대한 분노와 하향평준화의 임금이 반이민정서로 고착화된 혐의다. 크게는 이민확대가 소수그룹의 이익집중일 뿐 사회전체로는 비용전가라는 지적도 있다. 조선족 범죄사건과 무슬림 테러 위협 등 불안요인도 발목을 잡는다. 이민역사가 짧아 본격화될 갈등변수는 수면 아래에 잠겼을 뿐이란 신중론도 제기된다. 계속 세를 넓히며 집단화하면 대형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당면이익에 혹해 밀어붙일 수는 없다. 훗날 사회 전체를 뒤흔들 강력한 여진 확률 탓이다. 실제 ‘EU 탈퇴=이민반대’란 평가처럼 영국의 브렉시트를 추동한 주요 원인 중 하나도 난민 등 이민갈등이다. 이주민발 노동경합·복지지출이 자국민의 기회박탈·재정부담을 부추겼다고 봐서다. 그도 그럴 게 2014년 한 해에만 63만 이민행렬이 집중돼 단기 반발을 키웠다. 결국 만만찮은 허들을 현명하게 넘길 설득·방어장치 없는 이민확대는 곤란하다. 서구도 이민은 늘리되 영주·시민권 등 국민 자격은 까다롭고 신중하게 부여한다.

불가피한 이민확대 ‘제도안착 위한 전제조건’

그렇다면 어떤 경로가 좋을까. 갈등 심화 속 해법 마련은 쉽잖다. 예고된 제도 검토에 쫓겨 설익은 밥을 내놔도 곤란하다. 더뎌 가도 확고한 원칙·방향 속에 대타협을 위한 공론화는 필수다. 워낙 묵직한 이슈라 다중 이해를 만족시킬 윈윈전략으로 불확실성을 제어하는 게 좋다. 고민은 깊고 셈법은 어렵다. 이민확대의 필요가 한국보다 빨랐던 일본을 봐도 그렇다. 폐쇄사회답게 차별·범죄 등 부정론이 많지만, 인구감소·일손부족이 심해지자 이민을 향한 시선·입장은 달라졌다. 가령 내수불황만큼 직원모집이 힘들어 폐업 행렬은 확대된다. ‘일손부족→영업단축→경영포기→이민벌충’이 그나마 대안활로다. 그럼에도 기본입장은 경직ㆍ수동적인 이민정책으로 통한다. 현실타협형 제도 고집이다. 즉 필요해서 확대해도 장기전략은 없다. 새로운 체류 자격을 만들어 기간 한정의 유입정책에 집중하는 땜질 처방에 익숙하다. 단순노동에 한정된 5년 체류 인정이 대표적이다. 전문인재 유입 확대를 위한 유인체계보다 단순노동·단기체제의 제한정책만 몰두한다. 이는 사실상 이민확대책이나 공식적으론 부정된다. 속으로는 이민확대를 꾀하며 겉으로는 이민정책이 아니라는 격이다. 그만큼 사회통합 등 필요정책은 방치·연기된다. 여론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 결과다. 그렇다 보니 우수인재는 굳이 일본을 찾을 리 없다. 유인장치 등 이민 매력이 낮다면 대체 국가를 택하는 게 순리다. 결국 언젠가 떠나보낼 외국인이라는 접근은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눈치보기가 빚어낸 산물이다.


지난해 경기 파주 적성산업단지 내 주물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조조형에 쇳물을 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민정책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역차별·범죄 우려 등 사회갈등을 내세운 반대론도 만만찮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경기 파주 적성산업단지 내 주물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조조형에 쇳물을 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민정책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역차별·범죄 우려 등 사회갈등을 내세운 반대론도 만만찮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급하면 체한다. 던져진 화두는 농익을 때 더 빛난다. 지금은 신이민정책이 필요·요구되는 달라진 시대다. 이왕 논의된다면 이민정책의 추구가치·목표설정·채택방식·갈등조정 등 다양한 고려사항의 충실한 반영이 좋다. 이민정책을 부처 중심의 단편 이슈가 아닌 한국사회의 활력회복·혁신성장의 유력한 추진엔진으로 검토하자는 뜻이다. 가령 찬반갈등에서 비켜선 재외동포 활용 이슈도 인구감소의 숨통을 열어 줄 우선카드다. 3세대 이상은 주류사회의 예비후보답게 우수인재의 자질·능력도 갖춰 귀국효과가 상당하다. 아일랜드·이스라엘·멕시코 등이 재외동포 귀환정책에 열심인 이유다. 일례로 영구 귀국자(해외이민→한국귀국)는 2021년 1,812명뿐이다. 2011년 4,164명에서 더 줄어들었다. 되돌아올 귀국유인은 간절할 수밖에 없다. 통합적인 정책관리도 요구된다. 이민 사무는 부처별로 나뉜다. 외국인노동자(고용노동부), 다문화가정(여성가족부), 재외동포(외교부), 외국적동포·이민자(법무부) 등 개별화된다. 상단의 컨트롤타워로 다부처융합형의 실효정책을 통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 사례처럼 부처횡단별 개별대응은 고급인재 이민 유인을 떨어뜨린다. 낮은 이민매력에 넘치는 규제·허들·차별은 들어온 인재도 내모는 역유출만 심화한다. 동시에 이민확대가 3D에 한정된 열악한 고용현장에 매칭된다는 점에서 엇박자를 풀어낼 근로환경·임금수준 등 처우개선이 중요하다. 정교한 복지·노동·조세를 포함한 후속정책이 그렇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