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배송 프로그램 도입 이후 할당 물량 2배로
'개인 사업자 신분'이라 노동자 보호 못 받아
“택배 차량이 전복돼 팔이 피투성이가 됐다. 그러나 팔에 붕대만 감은 채 다른 차로 갈아타 남은 택배를 배달해야 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매주 6일씩 일했다. 너무 피곤하고 어지러워서 내가 몰던 차량이 나도 모르게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일본 전자상거래 업계 점유율 1위인 아마존재팬의 택배 기사들이 겪은 사고 경험담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인공지능(AI)으로 배송 경로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사측 입장에선 효율이 높아졌지만, 택배 기사들이 배달해야 하는 물량은 2배 가까이 늘었다. 혹사당한 택배 기사들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노동조합을 결성해 대항하기 시작했다.
AI 프로그램 도입으로 노동조건 악화
5일 ‘도쿄유니온 아마존 배달원 나가사키 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15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노조를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도쿄유니온 아마존 배달원 요코스카 지부’가 처음 출범한 후 두 번째 사례다. 노조 연합인 도쿄유니온에 따르면 간토 지역 2곳에서도 노조 결성이 진행 중인 것을 비롯해 전국에서 상담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아마존재팬 택배 기사들의 노동 조건이 급격하게 나빠진 것은 아마존이 AI 애플리케이션(앱)을 도입하면서부터였다. 택배 기사들에게 배정된 물량이 하루 90~100개에서 200개까지 급증했지만, 일당은 오르지 않았다. 주유비, 차량 유지비 등을 제외하면 택배 기사에게 남는 수익은 월 30만 엔(약 293만 원)에 못 미친다.
과로에 의한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도쿄유니온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택배 물량이 많아 급하게 배달하려다가, 혹은 너무 피로한 상태에서 일하다가 발생한 사고가 다수였다.
노조 "아마존 지시받아 일해도 노동자 보호 못 받아"
택배 기사들은 매일 아침 아마존 배송센터로 출근해 AI의 지시를 받아 하루종일 쉴 틈 없이 택배를 배달하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이어서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한다. 도쿄유니온은 “택배 기사들은 아마존과 배달 전문 하청업체로부터 지휘·명령을 받고 있으니 보호해야 마땅하다”면서 노동 계약 체결과 장시간 노동 시정, 일당 인상, 주유비 지급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마존재팬은 “우리는 배달 회사가 아닌 전자상거래 회사”라며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